의학계열 합격 사례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던 때였다. 학교에서는 수업은 물론 입학식과 졸업식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했다. 선생님들은 학생 없는 텅 빈 교실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수업을 했고, 어쩌다 대면을 하는 날이면 학생들은 마스크 너머로 서로의 눈만 빼꼼히 보던 적막한 시절이었다.
그해 2월, 3학년 우리 반 명단을 받은 나는 곧바로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부터 살피며 대입 전략을 구상했다. 학종으로 의학계열과 최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적어도 3학년이 되는 2월부터는 전체적인 학생부의 '흐름'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예과를 희망하던 우리 반 한 학생을 보며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신 성적 1등급 초중반대... 학군지 일반고임을 감안하면 열심히 공부한 학생임에도 최상위권 의대를 고려하기엔 안타까움이 많은 학생이었다.
'의예과 – 사회적 이슈 – 코로나-19 – 학문적 깊이 – 차별화된 창의적 사고 – 리더십 – 인성(공동체 역량)’
이 키워드들을 어떻게 하나로 엮어낼 것인가? 나는 이 학생의 학생부에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지적 깊이'와 함께, 동료를 향한 '따뜻함과 문제해결력'을 녹여내기로 했다. 그 결과는 소위 Top 5 의대를 포함한 서울 주요 2개 대학 의예과 합격이라는 영광으로 나타났다.
입시가 치열해질수록 학생들은 개인주의에 빠지기 쉽다. 나는 이 학생의 인성이 학생부에서 '실천적 리더십'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온라인 스터디' : 비대면 원격 수업으로 나태해지기 쉬운 시기, 학생에게 급우들의 학습 실천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도록 가이드했다. 이는 단순한 제안을 넘어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해결력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었다.
교실 복도의 메시지 : 예민해진 친구들을 위해 성인들의 지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 등을 교실 복도에 게시하여 의사에게 필수적인 '공감과 선한 영향력'을 시각화하는 전략적 장치로 활용했다.
최상위권 의대 입시에서는 심화된 수준의 탐구가 필요하다. 나는 학생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전공 서적과 해외 교수진의 인터넷 강의 등 수준 높은 소스를 제공하고 탐구 방향을 정밀하게 가이드했다. 이렇게 정교하게 다듬어진 탐구 내용은 수업 시간 발표를 통해 학생부의 핵심 기록이 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한 과목을 잘하는 것을 넘어, 여러 학문의 지식을 융합하여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학생은 하나의 탐구 주제를 수학, 화학, 물리, 생명과학과 연결하여 각각의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재함으로써 학문적 연계성을 증명했다. 이 글에서는 생명과학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 깊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생명과학 관련 과목 (코로나-19와 후천성면역결핍증의 비교) : 신문 기사에서 시작된 호기심을 면역학 전공 도서와 해외 대학 강의 내용으로 연결했다. 폐포 세포의 ACE2 수용체 결합 원리와 T세포 사멸 기전을 분석하는 등의 심화 탐구는 학문적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학교 자율 활동 : 학종을 준비하는 우리반 학생 5명을 모아 스터디를 조직하게 하고, 각자 진로와 이수하는 과목이 연결될 만한 탐구 주제를 함께 결정했다. 줄기세포와 생체 인공 장기 개발 등 융합적 주제를 토론하게 하였고, 이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여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입체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아무리 기록이 훌륭해도 면접에서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이 학생은 다소 부족한 내신 성적으로 위축되어 있었고,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면접에서의 약점이 있었다. 나는 이를 보강하기 위해 3회 이상의 강도 높은 모의 면접을 진행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탐구 내용과 의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에 대해 자신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 훈련했다.
단순 지식 암기가 아닌, 탐구 과정에서 느낀 '의사의 소명'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법과 병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연습했다. 이러한 준비는 실제 면접장에서의 당당함으로 이어졌다.
의대 합격은 학생의 성실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생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구체적인 탐구 주제와 공동체 활동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군지 일반고는 내신 성적 경쟁이 치열하여 압도적인 숫자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설계된다면, 내신 성적은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깊이'가 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단절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이 학생의 사례가, 지금 이 순간에도 희망을 품고 입시의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누군가에게 작지만 큰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