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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an 26. 2021

붉은 안갯속 선명한 넥타이와 드레스 <화양연화>

그들은 했나?

영화의 제목은 花樣年華(화양연화)이다. 직역하자면 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지만, 사자성어가 그러하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음 순간(전성기)라는 뜻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두 남녀의 사랑을 뜻하는 것도 맞지만,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암울한 미래와 어수선한 현실 속에서 1960년대의 홍콩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나타낸 제목이라 할 수 있다. 


홍콩 영화의 화양연화

그런데 이 영화 자체도 홍콩 영화의 화양연화이긴 하다. 80년대에 정점을 보낸 홍콩 영화는 90년대 이후 점점 쇠퇴하여 2000년대 초반 화양연화, 무간도, 그리고 쿵후 허슬을 끝으로 중화권 영화의 중심은 대륙 영화로 완전히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집의 구조

처음에는 집의 구조와 집을 구하는 행동이 한국과는 너무 달라 잘 이해가 안 갔다. 아파트에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호실이 있고 각각의 집에 구 씨 아저씨네 가족과, 손 부인의 가족이 살고 각각 가정부가 달려 있으며, 호실에 남는 작은 방 하나에 부부가 하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실을 공유하는 하숙은 한국에서도 점점 사라져 가는 거주 방법이라 꽤나 낯설다. 홍콩은 비싼 집값과 월세로 악명이 높은 것은 1960년대로 마찬가지 인가보다.

침대 하나 있는 작음 방 (출처 : IMDb)

양조위가 싱가포르로 이주한 이유

영화 상에서 요즘 홍콩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60년대의 홍콩은 1967년, 문화 대혁명의 영향으로 홍위병들이 일으킨 폭동이 일어날 정도로 정국이 불안정하던 시절이다. 또 왜 양조위가 싱가포르로 갔을까를 추측해보면, 상해 출신으로 광둥어 사용자기 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당시는 싱가포르도 독재 정치를 표방하고 있어 자유를 찾아갔을 가능성은 적고, 광둥 출신 화교들이 많이 이주한 곳이라 마침 일자리도 있고, 아내와도 헤어지고 싶은 마당에, 광둥어 사용이 편리한 싱가포르로 이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영국 반환 이후 홍콩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싱가폴로도 이주 했는데, 이에 대한 은유로 볼 수도 있다.


붉은 안개

영화는 끈덕지게도 무언가를 직접 전달하는 일이 없다. 서로의 배우자의 얼굴은 한번도 나오지도 않으며, 주인공들은 서로 '사랑해'라는 말도 하지 않고 그 흔한 키스신마저도 한 번이 없다. 영화에서 나오는 건, 흔들리지 않게 넥타이핀으로 잘 고정한 양조위의 넥타이와 계속 바뀌는 장만옥의 드레스뿐이다. 딱 하나 명확한 것은 장만옥의 사랑을 드러내는 붉은색이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집의 벽지도 붉은색 계통이 많이 쓰였으며, 장만옥이 호텔로 가기로 결심했을 때의 코트로 붉은색,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을 때 타는 택시도 붉은색이다. 장만옥은 싱가포르까지 가서 그의 담배를 훔치고 붉은 립스틱이 뭍은 담배꽁초를 남기고 돌아왔다.


출처 : IMDb

캄보디아

결말에서 뜬금없이 캄보디아에 드골 대통령이 방문한 영상이 삽입된다.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므로 홍콩에게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총리가 이에 해당한다. 홍콩 반환 당시의, 영국에 대한 홍콩의 혼란함과 그리움이 표현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앙코르 와트에 양조위가 비밀을 묻는 건 싱가포르에 나무가 없는 것도 아니고, 미쟝센에 집착하는 감독의 성향으로 보아 앙코르와트 사원 보고 예뻐서 그랬을 것으로 추측한다. 


했나?

뜬금없이 4년 후에 나오는 아들 때문에, 결말에 대해 해석이 다양하다.이 아이가 양조위의 아들인지, 남편의 아들인지 모호하다. 남편을 사랑해서 끝까지 양조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소려진(장만옥)의 행동을 생각하면 더욱 모호해진다. 아들과 엄마만 산다는 이웃주민의 말을 미뤄보아 남편과는 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그들은 했나? 에 대한 대답은 YES로 추측된다. 삭제된 장면에 베드신이 있다는 얘기도 있고, 결정적으로 비가 장대 같이 오는 날 빨간색 택시를 타고 그들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몸에 비에 젖으면 우선 씻어야 한다. 또한 마지막에 양조위가 비밀을 묻는다는 행위로 추측하면 장만옥의 아들은 다들 남편의 아들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양조위의 아들이라는 진실을 묻는다는 행동으로 추측가능하다.


영화 이후

영화는 1966년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66년 이후 67년의 홍콩에서는 홍위병들의 폭동이 발생해서 홍콩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캅보디아는 66년의 드골 방문 이후, 67년에 크메르 루주가 창설되고 마오주의자인 폴포트의 집단 학살인 '킬링 필드'가 일어나는 혼란이 계속된다.

비극이 있기에 마지막으로 아름다웠던 시절(화양연화)이 존재한다. 

영화는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홍콩 반환 이후로 홍콩에 일어날 혼란을 걱정했고, 이 영화가 개봉한 2000년, 홍콩을 화양연화라 보고 있다. 홍콩 반환 이후 20년이 지났다. 지금도 홍콩은 중국 정부에 의해 억압 받으며, 민주화 운동이나 우산 시위 등 계속되는 혼란에 힘들어 하고 있다.

In The Mood Fo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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