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2014년에 나온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한국의 힙스터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핑크빛 색과 독특한 질감의 화면 그리고 장난감을 보는듯한 영화의 배경은 그들의 힙한 취향이 너무나 잘 맞았다. 영화를 따라한 카메라 필터가 나오고, 핑크 핑크와 보라보라를 한 분위기 인테리어로 재현하고 영화에 나오는 케이크를 파는 카페, 그리고 영화 속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도 아직 까지 있다. 이 맞춰 재개봉도 한두 번 했다.
영화 하나의 영향력은 꽤나 컸고 비주류에 속하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예술 영화도 한국에서 조금 조명을 받았다. 근데 문제는 다음 작품이 '개들의 섬'이라는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이고 감독의 와패니즘 성향의 짙은 작품이어서, 한국에서 예전만큼의 주목은 못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서야 '프렌치 디스패치'가 개봉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재밌게 볼 수 있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다 구성이 조금 더 복잡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액자 속 액자 속 액자 구성이었다면, 이번에는 큰 잡지라는 틀 안에 3개의 기사와 1개의 에세이가 들어가는 잡지식 구성이다. 챕터가 명확히 갈리는 부분이 있어 구분하기 어렵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잘 쓰지 않는 형식이라 너무 낯설다.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잡지의 창간 이유가 나온다. 가끔 잡지를 읽다 보면 초반부에 매일 적혀 있는 잡지의 역사를 읽는 느낌이다. 잡지의 마지막 페이지는 대게 편집자의 말이 적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말 대신 편집자의 부고문을 가져다 놓았다. 잡지의 창간부터 잡지의 폐간까지,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 나는 영화이다.
잡지라는 말은 뭔가 잡스러워서 비하적인 의미가 들어 있을 것만 같아서 이 영화에 쓰기는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magazine'이라는 표현도 탄약저장고(창고)에서 시작한 의미라고 하니 오히려 잡스럽다는 말은 다양성과 풍부함을 나타내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 잡채는 재료도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