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자스민의 아그리바는 번영하지 못한다

자스민 술탄, 아그리바의 미래 <알라딘>

by 구삼모델

알라딘, 자스민 술탄 아그리바의 미래

디즈니 만화와 영화들은 대개 공주와 왕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최근에 나온 실사 영화들을 보자면, 라이온킹은 제목 자체부터 왕이 들어가 있으며 햄릿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프라이드 랜드라는 왕국의 왕자가 빼앗긴 왕좌를 되찾으며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왕자, 공주 중심의 이야기는 화려한 의상과 빼어난 외모, 착한 성격을 비롯해 전 세계의 어린이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특유의 자기 중심성에 빠져 자신과 영화 속 공주를 동일시하며 자신이 공주 같은 화려한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공주라는 이미지는 현시대의 연예인이나 아이돌과 비슷한 것 같다.)


2006년에 열린 대한제국 왕위 추대식

하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은 잘 알듯이 진짜 공주는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이 왕실이 아직 존재하는 영국이나 일본, 유럽 등 몇몇 외국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순종의 훈손인 의친왕의 자녀 한분이 100세(2019년 기준)로 살아계신 걸 제외하면, 재벌들의 딸, 손녀들이 사실상의 공주님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성인인 우리들은 대부분 전주 이씨가 아니며, 외국의 왕족과 친족이 아니고, 더욱이 재벌가의 자손들은 아니기에, 당차게 사는 왕자와 공주를 메인으로 한 디즈니의 영화들을 보면 공주를 동경하거나 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지니 뒤의 저 사람들은 춤이라도 춘다

우리는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백성들 중 하나이다. 영화 '알라딘'에서 우리는 왕실을 지키는 근위 병사이며, 지니 뒤에서 춤을 추는 무희들과 짐꾼들이고 공주의 철없는 행동에 피해를 보는 상인일 뿐이다. 그래도 저들은 춤을 추는 행동이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백성은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박수를 칠 뿐이다. 마치 영화를 보고 웃고 좋아하는 관객처럼 말이다. 현재 실존하는 왕실은 전통 유지 차원의 살아있는 문화재 및 연예 엔터테인먼트 수준의 취급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연예인을 예전의 왕자, 공주에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변발과 비슷한 지니의 머리

그럼 '알라딘'의 백성들은 어떤 삶을 살까? 알라딘은 아랍 지역의 설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화려한 의상과 군무를 보면 인도 같으며, 원작의 배경은 술탄이 존재하는 '중국'이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기에 딱히 어느 나라를 바탕을 한 작품이라고 하긴 어렵다. 어떤 사람은 지니의 머리를 보면 이슬람인들의 머리랑은 다르게 누가 봐도 유목 민족의 변발에 가깝다는 점에서 어떤 사람은 알라딘이 유목민족이자 중국이자 이슬람 문화권인 위구르족의 이야기라고 한다.


애초에 원작도 17세기에 유럽에 프랑스의 앙투안 갈랑이라는 작가가 야한 이야기 투성이인 아라비안 나이트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이야기가 알라딘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의 설화 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시대를 특정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영화 알라딘은 애니메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중세 아랍의 어느 한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고 보물 동굴(보물 동굴이 있다는 뜻은 누군가 많이 모을 수 있게 문화적으로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발달했다는 뜻)로 보아 이슬람의 황금기라 불리었던 아바스 왕조가 적절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9세기 경의 아바스 왕조

아바스 왕조는 8세기에서 13세기까지 중동과 페르시아, 북아프리카를 장악했던 이슬람 제국으로 종교적 지도자인 칼리프를 중심으로 하였던 왕조이다. 특히 아바스 왕조의 초기인 8~9세기에는 아직 종교로 인한 암흑기를 보내고 있던 유럽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매우 번영하였으며 유럽으로의 향신료 중계 무역을 독점하며 부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금술, 수학, 지리학, 철학 등 학문이 융성했다. 타 종교의 학문도 받아들이고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종교적으로 열린 사회였으며 세계적 도시가 된 바그다드에는 학자들이 모여들었다. 알라딘에 여러 문화가 섞여 있다는 것도 이 시대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신밧드의 모험 등, 아라비안 나이트(8C~16C)의 설화들이 만들어지는 시기였다.


향신료 무역 지도 (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후기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는 권력이 약해졌고 아바스 왕조의 각지에서는 술탄(정치적 지도자)이 난립한다. 알라딘의 '아그리바'도 그러한 국가 중 하나로 생각된다. 하지만 거대한 왕국은 아닌 것 같고 술탄이 도시 하나를 통지하는 작은 도시국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려한 궁전 내부와 많은 외국인 사절단, 그리고 활기가 넘치는 시장을 볼 때, 아바스 왕조 때, 무역으로 번성한 아랍의 어느 한 도시국가로 추정된다.


저 많은 보물들이 있다는 건 누군가 저렇게 많이 모을 정도 부를 축적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래서 추측하건대 자파가 지니가 되고 영화에서는 지니가 평범한 인간이 되는 걸로 보아 램프의 지니는 원래 변발을 하는 유목민족계의 사람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초능력을 얻고 램프에 갇힌다. 향신료 무역을 하는 상인이 지니가 들어 있는 램프를 어쩌다가 손에 넣게 되었고 그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동굴에 자신의 개인 보물 창고를 만들고 마법으로 보안시설을 설치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상인은 멀리 원정 무역을 나갔다가 병에 걸려 자신의 개인 창고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사망한 것이다. 그 소식이 오랫동안 떠돌다가 자파의 귀에 들어가고 마침내 동굴을 찾아낸 것이다.


현재도 아랍의 빈부격차는 여전하다

한편 아그리바에 사는 알라딘은 부모도 없고 지붕도 없는 집에 사는 좀도둑으로 나오는데 부유해 보이는 왕궁에 비해 백성들은 가난하게 사는 모습을 보아 자 왕실에 집중되어 있는 빈부격차를 보여준다. 악역인 자파도 그런 자본주의의 폐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파 또한 가난한 좀도둑의 삶을 살다가 시라바드에 감옥에 수감되는 등 갖은 고생을 하고 나서, 다른 국가인 아그리바로 와서 왕 다음가는 권력자인 재상에 오르는 인생 역전을 일궈낸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가 계속 시라바드를 침공해서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망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노래가 매우 좋지만 연출이 아쉬운 Speechless 장면


영화 알라딘의 결말은 현재 미국 할리우드를 시작으로 대유행을 타고 있는 PC와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애니메니션 처럼 알라딘이 술탄이 되는 것 아닌 쟈스민이 여자 술탄이 되는 걸로 끝맺는다. 역사상 드물지만 아랍권에서도 여성 술탄도 있었다고 하니 여자가 술탄이 되는 것은 창작물에서 크게 문제가 될 여지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쟈스민이 술탄이 되는 것이다. 쟈스민은 술탄이 되고 싶어 하고 그를 위해 공부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부를 했음에도 물건을 주고 돈을 산다는 최소한의 경제관념조차 모르고 있으며 평생을 따스한 왕궁에서만 살아온 청순한 인물이다. 상인은 그녀를 도둑이라 생각했고 만약 이를 직접 처리하려 했다면 당시의 처벌에 따라 손목을 잘라야 했다.


또한 쟈스민의 능력은 'Speechless'를 부르며 병사들을 설득하여 자파에게 반기를 들게 했을 뿐, 그녀 자신이 직접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가난한 백성인 알라딘 조차 자신의 좀도둑 실력과 재치로 위기를 넘어가는 능력을 보여주며 자파를 농락하였지만, 쟈스민은 진취적이고 자유분방할뿐 보수적인 왕궁과 술탄인 아버지에게 억압되어 있는 공주일 뿐이다. 자파에게서 램프를 훔친 것을 제외하면 자기 자신의 능력이 뛰어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쟈스민이 술탄이 된 아그리바의 운명과 백성들의 삶의 미래가 밝기 힘들다.


애니메이션의 자파가 더 정감이 간다


내 생각에 쟈스민보다 훨씬 술탄에 어울리는 자파는 마법사로 나오지만, 조금 현실성 있게 바꾸자면 당시 융성한 연금술(마법)을 기반으로 하여 비싼 물건을 만들어 내어 파는 연금술사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원래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기(아서 C 클라크)때문이다. 그렇게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범죄자에서 2인자인 재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입지전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술탄이 되도록 하는 게 아그리바의 미래에는 더욱 도움되는 일이 아닐까? 이렇게 뛰어난 능력자를 밀어내고 왕위에 오른 쟈스민이 존재하는 아그리바의 백성들의 미래를 재미로 예측하자면 쟈스민의 제왕학 교육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1. 경제관념은 좀 없지만 백성들을 위하는 쟈스민의 복지 정책으로 가난한 백성이 줄어든다
-> 하지만 무역으로 먹고 사는 아그리바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쟈스민이 경제 정책에 실패
-> 경제 정책 실패로 백성들이 가난해짐
-> 반란이 일어남
-> 시라바드로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탈출 중 알라딘의 희생으로 자스민을 구하고 사망
-> 외할아버지의 군대를 이끌고 아그리바 재탈환
-> 복수심으로 흑화한 자스민의 철혈독재가 시작된다
->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와서 멸망


2. 부족한 경제 관념을 제왕학 교육으로 보충, 사려깊고 백성들을 생각하는 쟈스민-> 복지 정책을 비롯경한 경제 정책으로 아그리바가 번영
-> 각지에서 돈이 모이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가 융숭
-> 엄격한 경비대장 하킴의 군율과 쟈스민 술탄에 대한 존경으로로 군대가 매우 성장
->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와서 멸망


몽골 기병 앞에서는 항복하지 않으면 모두다 평등하게 죽는다.


그 어떠한 일이 일어나건 아그리바의 미래는 좋지 않다. 1258년, 몽골 제국에 의해 칼리프가 죽고 아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기 때문이다. 알라딘의 시기를 추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쟁을 잘 피해서 쟈스민과 알라딘은 살아남고 둘의 자손들이 피해를 볼지도 모른지만, Conrad Lawrence에 따르면 당시 평균 수명은 35세로 유럽보다 높았으며 지도층은 69~75세를 살았다고 하므로 마지막 칼리프에게 말로 밟아 죽이는 사형(몽골기준으로 명예로운 사형)을 실시하고 항복을 하지 않는 도시에는 학살을 일삼는 몽골 제국이 온다면, 아그리바 백성와 술탄 자스민의 미래는 어둡다.


최근의 디즈니의 행보인 우려먹기(리메이크나 속편또는 스핀오프만 만들기)에 따라 알라딘 2 속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한다. 속편에서는 쟈스민의 능력이 훌륭하게 발현되어 늦게 시작된 제왕학 교육을 받아들이고 아그리바를 발전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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