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를 만들어준 슬램덩크
초등학생 시절, 만화책 대여방에 꽂혀있는 슬램덩크 완전판을 처음으로 펼쳐봤을 때가, 잊히질 않는다. 일반적인 만화책에 비해서 책의 크기가 컸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봤는지 때가 많이 타있었다. 순식간에 서 있는 자리에서 1권을 읽어 내려갔고, 2권부터 빌려 봤다. 용돈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한 번에 여러 권을 빌려 읽지는 못했고, 엄마 몰래 3~4권씩 읽으며, 다음권을 빌려볼 내일을 기다렸다.
농구하던 중학생
그렇게 완결까지 순식간에 읽고 나니, 농구가 하고 싶어졌다. 초등학생 때는 농구를 할만한 장소도 없었고, 키도 또래에 비해 많이 작았기 때문에 농구공도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중학교를 진학하자마자 바로 1학기부터 방과 후 농구부를 신청했고, 매일 같이 나갔다.
내 특기는 리바운드
나는 또래 중에서도 키가 작고, 운동신경도 좋지 않은 편이어서, 기본기부터 연습했기 때문에 강백호가 된 느낌을 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고 중학교 2학년이 되어 키가 20cm 정도 크고 센터를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농구부 친구들하고 친해져서 주말이나 방학에는, 아침부터 나가서 해가 떨어져 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농구를 하기도 했고, 하루 종일 컵라면 하나만 먹고 농구를 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농구보다 족구가 재밌었고 나보다 키가 큰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농구는 내가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운동이자, 나의 키를 만들어준 운동이다. 내 키의 일정 부분은 슬램덩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렇게 내 키에 도움이 된 슬램덩크의 애니메이션이 그 이후 15년 만에 극장에 나왔다. 예전에 나온 슬램덩크 애니메이션들은 속도감이 너무 떨어지고, 매우 중요한 산왕전이 없다 보니 내 취향이 아니어서 보지 않았다. 그래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큰 기대를 했다. 작가의 단편이자 송태섭의 과거 이야기이던 '피어스'를 보고 갔기 때문에, 송태섭의 과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이해하기 편했다.
농구가 하고 싶은 초등학생 / 직장인
원작과 비교하여 영화로 만들면서 세세한 설정 변경과 장면들의 변경이 있었지만, 3D를 활용한 속도감 있는 연출과 만화와의 유사점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고, 슬램덩크 만화책을 보고 농구를 하고 싶어 하던 내 초등학생 시절처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본 내가 농구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지금은 그때 같이 농구를 하던 친구들과는 연락도 잘 안 해서 같이 농구를 할 사람부터 모집해야 하고 체력도 그때처럼 마구 솟아나진 않지만 날이 좀 풀리면 같이 농구를 할 사람을 모집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