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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May 28. 2021

반딧불이 부터 산 위의 카지노까지, 말레이시아

햇볕보다 흐린 날이 더 좋은 곳

말레이시아에 가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말레이의 문화을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말레이인의 토착 문화, 인도 이민자의 문화, 중국의 화교 문화, 이슬람 문화가 마구 섞여서 말레이의 문화는 이거다라고 쉽사리 정의하기 힘들다. 특히 식당에 가면 잘 알 수 있는데 종교적으로 이슬람이 국교이라보니 술을 팔지 않거나 가격이 비싼 곳이 많아서 밥값보다 술값이 더 많이 나올 지경이다. 또한 음식은 중국식 음식이 많이 보이며 한자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고 인도 식당에서는 밥먹기 전에 줄지어 손을 씻는 세면대가 있다. 게다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인도처럼 좌측 통행이라 운전과 보행이 어색하다.

도시

쿠알라 룸푸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건 패트로누스 타워다. 가장 높은 건물을 자랑하던 쌍둥이 빌딩은 어두침침한 도시의 야경 속에서 나 홀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근데 쿠알라 룸푸르에서 더 신기한 것은 볼 것은 낮에 보이는 아파트 들이다. 계획적 개발이 아니라 한창 개발 중인 국가의 특성 상 난잡한 건물들이 주를 이룰수도 있지만 나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고층 아파트 들이 많다. 우리나라 같은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각기 다른 고층 건물 들이 서로를 뽐내고 있어 스카이 라인이 더 다채롭다.

초록색 점이 반딧불이

반딧불이

쿠알라 룸푸르에는 고층 빌딩이 자라나고 있지만, 도시를 빠져 나오면 온연한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반딧불이 투어는 밤에만 할 수 있어 밤에 가야 하는데, 도로의 가로등을 제외한 어느 불빛도 잘 보이지 않는다. 도시와는 상당히 다른 풍경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반딧불이 들이 강가를 따라 있다. 4명에서 배를 같이 타고, 강으로 나가니  반딧불을 보기 위해 다른 어떤 불빛도 차단해 놓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에 하늘에 좁쌀 만한 불빛이 날아다닌다. 반딧불이다. 곤충은 징그럽지만 어차피 너무 작고 안보여서 상관이 없다. 뱃사공에 팁을 살짝 쥐어주니 반딧불을 살짝 잡아서, 손위에 잠깐 얹을 수 있게 해준다. 얹어도 잘 도망가지 않는다. 뱃사공이 풀을 살짝 흔들자 물에서 반딧불이가 하늘로 날아간다.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지만, 잊지 못할 장면이다.


산 위의 카지노

말레이시아의 깊은 산 속에 놀이공원과 카지노가 있다. 동남아에는 너무 더워서 시원한 고원지대에 이런 저런 휴양지가 발달해 있다. 한참 동안 나오는 밀림을 뚫고 케이블카를 타고 들어간다. 많은 구름을 뚫고 조금씩 들어가다 보면 하이랜드가 위치한 건물이 산 위의 엘도라도 같은 느낌으로 나온다. 카지노는 관심 처음가봐서 신기하게 구경 했는데, 중국인 할머니들이 무서운 표정으로  배팅만 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보던 철저한 심리 싸움과 부자들의 배짱 싸움이 아니라, 그냥 무미 건조한 표정에 죽은 눈으로 말 없이 돈을 밀어 넣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가득한 곳이라 많이 실망했다. 카지노에 가지 않더라도 쇼핑과 관광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겐팅 하이랜드이다.

흐린 날이 더 좋아

쿠알라 룸푸르에 있는 내내 계속해서 날씨가 흐렸다. 여행을 왔는데 나흘 내내 날씨가 흐리면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행정 도시인 푸트르자야게 갔던 날, 딱 한번 개었다. 그런데 땀이 삐질 삐질 나기 시작한다. 동남아 지역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습도가 높아 어딜 가든 후덥지근한 날씨를 느낄 수 있다. 근데 햇볕이 나자마자 날씨가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늘 조차 잘 없는 푸트르자야 이슬람 사원 근처에서 간만에 나온 햇볕의 공격을 그대로 얼굴에 다 받았다.

핑크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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