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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May 27. 2021

계획없이 해외여행을 가면 안된다. 오사카/교토

교토에서 만난 토끼 신사

 전역 후 군대에서 모았던 돈을 가지고 인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아직 여권 조차 없어서 여권을 만들러 가보니 아직 전역처리가 안되서 전역증을 가지고 가야 10년 동안 쓸 수 있는 여권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제대로 느끼며 결국 여권을 발급 받았다. 어렷을적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봐서 일본어에 어느 정도는 자신있었기 때문에 가장 만만한 일본 오사카로 정하고, 한국에서 혼자 많이 돌아다녀서 해외여행도 비슷하게 무계획으로 가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근데, 문제는 내가 너무 자신만만했다는 거다.

무계획은 한국에서만

한국 여행은 무계획의 낭만이 통하는 곳였다. 한 도시에 하루 이상 지내는 경우가 잘 없고, 숙소도 극성수기를 제외하면 빈 자리가 많으며, 교통 수단은 싸고 다양하고 말이 통하는 나홀로 여행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갑을 잃어버리거 하는 문제가 생겨도 쉽게 해결 할 수 있어 어딜가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근데 해외로 나가면 작은 문제도 커진다. 만일 숙소를 예약해 놓치 않으면, 영략없이 노숙자 신세로 거리를 돌아다녀야 하고 지갑이나 여권을 잃어버리면, 한국으로 돌아갈 일도 막막해진다. 나는 이걸 왜 몰랐을까


아주 멍청한 생각

싼 비행기 티켓을 찾느라,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니 일본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였다. 체크인은 오후 2시부터 였다. 4시간 동안 큰 배낭을 들고 무엇을 할지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짧은 여행이라면 대부분 작은 캐리어를 들고가지만, 나의 그 때 여행로망은 큰 배낭이였다. 큰 배낭을 메고, 살인적인 더위에 6월 일본 날씨에 정처없이 걷는다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였다.   

아무 생각도 없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보니, 다들 줄서서 오사카 1day pass를 사고 있었다. 이거 하나 사면 오사카 시내 교통과 관광지 무료 입장권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우선 사고 봤다. 하지만 이 티켓으로는 공항 전철과 그 외의 일부 전철을 사용할 수 없었고, 돈이 아까워서 무료 입장 혜택이 있는 관광지를 일부러 방문하느라 자유로운 여행일정에 해가 되였다. 자신의 일정을 Pass에 맞춰야 한다.

기요미즈데라

아주 아주 멍청한 생각

그리고 나는 다양한 일본의 여행 숙소를 경험해보고 싶어, 딱 하루만 예약하고 숙소를 하루마다 옯기려고 하였다. 첫날 숙소를 번화가인 도톤보리에서 너무 먼 우메다 근처에 잡아서 여행이 쉽지 않았다. 다음날 숙소를 난바역 근처로 옯기고, 또 다음날 다른 숙소로 옯겨가며 3개의 숙소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였다. 숙소를 옮길 떄마다 드는 큰 배낭 들고 체력을 낭비해야 했고 퇴실 시간과 입실 시간 2~3 시간 사이 코인 락커에 또 돈을 지불해야 했다. 아주 멍청한 짓이였다.

그래도 행운은 언제나 나의편

정말 너무 답답해서, 내가 주로 이용하는 여행 사이트에 접속해, 이런 상황을 알렸더니 운 좋게도 나와 비슷한 날짜에 오사카에 있는 사람과 연락이 닿아 여행을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평소에 하는 게임도 똑같고 취향도 너무 잘 맞아, 이 사람과 아주 친해져서 같이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도 다녀왔다. 교토에서 숙소 문제로 중간에 헤어지지만 않았다면, 아마 이 사람과 끝까지 함께 다녔을 것이다. 나는 전역 후 여행이였지만, 이 분은 입대 전 여행이라 조금 차이가 났지만 이마저 재밌었다.

토끼 신사

Pass 떄문에 너무 쓸데 없는 곳을 많이 가서, 정작 내가 가고 싶은 여러 곳은 가지 못했다. 교토는 하루만에 돌아볼 수 있는 일정이 아니다. 교토를  다녀온 날, 메이지 신궁과 기요미즈 데라, 니넨 자카 를 들렸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여행에 차질이 많았다. 하지만 버스에 지나가듯이 본 신사는 나에게 일로 오라고 말하는 듯 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다녀 오는 길에 버스에서 내려 계획에 없던 이곳으로 향했다.

 촉촉한 비가 오는 마당에 푸른 초록 빛에 이끼에 둘러 싸인 신사는, 지브리 애니에서 보던 내가 느끼고 싶던 일본이였다.

관광객은 우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고 참배객들만 몇명 왔다 갔을 뿐이다. 알고보니 다산을 기원하는 토끼 신사인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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