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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an 06. 2020

비엔나 오페라를 좋아하시는 할머니

에곤 쉴레와 클림트 그리고 프로이트

퇴폐적이고 화려한 비엔나의 문화를 증명하듯 화려한 왕궁이 시내에 군데군데 있다. 이런 왕궁들은 대부분 박물관과 미술관으 로 개방해 놓아서 돈만 내면 누구나 왕궁에 들어갈 수 있다. 화려 했던 궁전은 존재의 의미를 잃기 전에 스스로 전시품이 되길 선택 했다.

구스타프 클림트 / 에곤 쉴레

비엔나의 예술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디트'와 '키스'는 궁전이었던 벨 베데레 미술관에 소장 중이다. 미술과 내부도 화려하지만 작품들 도 화려하다. '키스'는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며 황금 물감으로 칠해져 있어 누가 봐도 비싼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달력 과 미술 교과서에 너무 자주 본 탓일까 큰 감흥이 없었다. 대신 나 는 '유디트'에 빠졌다. 잠에서 잠깐 깬 표정인지, 홀가분한 표정인 지, 황홀경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구분이 안 가는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름다운 그녀의 표정에 빠져서 가까이 가고 싶지만, 조금 멀리서 보면 그녀의 팔에는 잘린 머리가 섬뜩하게 들려있어 아름다운 동시에 섬뜩한 이중적인 감정이 든다.

이에 비해 비엔나 미술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에곤 쉴레의 작 품은 엄청 작다. 작은 그림의 안에서 작가의 삶이 묻어나는 퇴폐 미를 드러내고 아름다움과 더러움을 동시에 그려낸 선들이 너무 나 선명하게 보였다.


빈 오페라 극장 내부

오페라를 좋아하는 할머니

여행 날짜를 잘 맞추면, 빈 오페라 극장에서 싼 가격에 입석으 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일찍 줄을 선 덕에, 가장 좋은 입 석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고 그 옆자리에서 오페라를 보러 혼자 오신 중국인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일본인인지 한국 인인지 물어보더니, 어설픈 영어로 우리에게 오늘은 오페라가 아 니라 발레이며, 자신은 오페라가 너무 좋아서 오페라 보러 왔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혼자 여행하기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 맞아, 힘들어 그래도 난 오늘 이걸 봐서 너무 행복해, 나는 많은 곳을 다녔어, 너희들도 많은 곳을 여행해봐 그럼 행복해'  

부티가 나지 않은 차림새와 비싸지 않은 입석을 산 것으로 볼 때, 마치 비엔나 오페라만을 보기 위해, 겨우 이곳에 도달 한 것만 같았다. 비엔나 미술관과 오페라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공 연이 시작되었다. 비싼 좌석들에는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은 사람 들이 앉아 있었지만, 입석은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아침부터 온종 일 걸어다닌 내 다리는 이해 안 가는 발레와 못 알아듣는 언어의 지루함을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쉬는 시간에 몰래 오페라 공연장 을 빠져나왔다.

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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