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1주차, 도쿄 태교여행 Day 3
도쿄에서의 태교여행 셋째 날, 오늘의 일정은 ‘아가짱 혼포’ 하나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가짱 혼포는 신생아부터 유아까지, 육아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단순한 매장이라기보다는, 육아라는 세계의 입구에 서 있는 느낌에 가까웠다.
'아니,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귀엽잖아!'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하나하나의 물품들, 아이템들이 상상이상으로 귀엽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때문에 어른들도 구경하기 재미있을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빵맨, 포켓몬, 짱구 등 어른들도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의 상품들에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장난감들은 하나같이 색감이 부드럽고, 모서리는 둥글었으며, 소리는 과하지 않았다. 식기류는 작은 손에 맞게 설계된 크기와 곡선을 하고 있었고, 목욕용품과 의류들은 ‘안전하다’는 인상을 주는 질감과 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구경하다 보니, 이곳이 육아용품 매장이라는 사실보다 마치 아이를 기다리는 어른들을 위한 놀이공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사랑이 떠올리며 “이건 어때?” “이건 너무 귀엽지 않아?” 하고 말하다 보니, 쇼핑이라기보다는 우리 아가의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매장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갈수록, 귀여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자기야 우리 젖병도 사야해.'
'근데... 어떤거...?'
젖병 코너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같은 젖병인데도 크기가 모두 달랐고, 재질도 달랐다. 유리, 실리콘, 플라스틱. 제각각의 용량이 다르고, 젖병 꼭지의 구멍 크기마저도 종료가 다양했다. 단순히 '어느 브랜드가 제일 좋데'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자리에서 다시 각자의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면서 수십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아기가 개월수가 늘어가면서 식사량이 달라짐에 따라 용량이 다른 것이며, 마찬가지로 흡입력이 다르기 때문에 젖병 꼭지의 구멍 크기도 변화하는 것이었다. 각각의 재질도 장단점이 있었으며 브랜드는 가장 나중의 문제였다.
'몇개의 젖병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어떤 재질로 할 것인가?', '유리는 위생상 안전해도 무게로 인해 손목이 아플 수 있다' 당장 그 매장 안에서, 점점 무거워지는 쇼핑카트를 들고서 속성으로 알아보고서는 쉽사리 결정하기엔 어려운 의문들이 연이어 고개를 들었다. 카트에 담긴 물건의 무게보다, 그 물건들이 의미하는 책임이 더 빠르게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아... 여보 젖병이라는 것도 그냥 '젖병'이 전부가 아니었어!'
그 순간, 아기용품의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까다롭고, 공부해야 할 것 투성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아내는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읽고 있었고, 나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걸 다 어떻게 외우지? 젖병 하나가 이정도인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귀엽다는 감정은 어느새 잠시 뒤로 물러나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조용히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는 결국 한아름의 아기용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를 지나 나왔다. 장난감, 작은 옷들, 젖병 몇 개, 식기류, 아가용 일용품 등 분명 필요한 것들이었고, 신중하게 고른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매장을 나서는 순간, 이상하게도 한 가지 질문이 따라붙었다. ‘이게 정말 우리 아이에게 맞는 선택일까?’ 사실 정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써봐야 느껴질수밖에 없는 품목들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과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딱 맞는 것’을 고른다는 게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어쩌면 우리는 그저 부모가 되기 위해 애쓰는 중일 뿐인지도 모른다.
아가짱 혼포를 나서며 느낀 감정은 단순한 쇼핑의 만족감이 아니었다. 아기를 위해 정말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불안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가려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조용히 마음속에 남았다. 아직은 서툴고, 방향도 가끔 헷갈리겠지만,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배운 건 아마 이것일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귀여움 너머의 세계를 하나씩 감당해가는 일이라는 것.
한 줄 정보
1. 아기용품은 단순히 ‘귀엽다’의 영역을 넘어, 개월 수·재질·사용 목적에 따라 세밀하게 달라지는 체계적인 세계다.
2. 일본은 문구 팬시 뿐만아니라 생활용품 전반의 제조, 기획력이 강한 국가이다.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육아용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피죤, 콤비, 아카짱혼포 PB 등)
3. 젖병, 젖꼭지, 식기류 등은 아기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속적으로 교체·조정이 필요하다.
4. 출산 전 미리 준비하는 육아용품은 정답을 고르는 행위라기보다, 시행착오를 감수할 준비에 가깝다.
5. 임신 중 부모가 느끼는 불안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책임을 인식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6. 육아 준비 과정은 ‘완벽함’보다 ‘알아가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