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일기 #47] 상상을 현실화 하면?

임신 30주차, AI 예측 일러스트

by Sylvan whisper

오늘은 입체초음파 이후 첫 정기검진 날이었다. 입체초음파를 보던 날, 우리는 사랑이의 정면 얼굴을 보겠다고 나름 애를 썼다. 아내는 조금 더 움직여보기도 하고, 검사를 해주신 간호사분께서도 아내의 배를 이리저리 누르고 흔들며 사랑이를 자극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사랑이는 애석하게도 정면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녀석의 자세가 참 재미있었다. 이 녀석의 고집스런 자세를 변호라도 하듯, 탯줄마저도 사랑이의 얼굴 한쪽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팔과 다리 모두가 사랑이의 얼굴을 향해 있었고 녀석이 의도한건 아닐테지만 그 완강한 자세가 어이없을 만큼 웃겼더랬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사실 사랑이의 얼굴을 볼 것이라는 기대를 하 않았던 것 같다. 그저 평범한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오늘, 사랑이는 정면을 보여주었다. 화면 속 작은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코의 윤곽, 입의 선, 눈이 있을 자리까지. 잠깐이었지만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원장님도 사랑이의 정면 얼굴을 본 뒤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한마디 덧붙이시기도 했다.


'아빠를 더 닮은 건가~?'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문득 얼마 전 보았던 숏폼 영상이 떠올랐다. 초음파 사진을 넣으면 태어난 뒤의 얼굴을 예측해준다는 AI 이미지 생성! 나는 차에 시동도 걸기 전, 사랑이의 초음파 사진을 넣어보았다. 실사 형태는 생성되지 않았고, 일러스트 형태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윤리적 이유 때문이겠거니 싶었다.

곧 화면에 한 아기가 나타났다. 동그란 얼굴에 맑은 눈을 가진, 유난히 예쁜 아기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측’이고, 그저 그림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데워졌다. 실사 이미지가 아닌 일러스트였던 덕에 오히려 더욱 귀여운 아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이미지는 우리 사랑이의 진짜 얼굴은 아니고 그저 재미 삼아 해본 상상이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진 채 우리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이미지를 아내에게 보냈고, 가족들에게도 바로 전송했다. 이후에 바로 출발하였는데, 신호에 걸렸던 시점에 우연히 아내의 휴대폰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의 휴대폰 배경화면이 바뀌어 있었는데, 방금 보내주었던 사랑이의 일러스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때 알았다. 내가 느꼈던 묘한 감정의 정체를. 그건 기대도, 설렘도, 상상도 아니었다. 이 아이가 이미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는 실감이었다.






한 줄 정보

1. AI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고 화질을 업스케일하거나, 예상되는 아가의 이미지를 일러스트로 뽑아내기도 한다.

2. 태아는 볼과 몸에 피하지방이 붙으며 신생아와 비슷한 형태로 가까워져, 점점 '구체적인' 모습이 된다.

3. 자궁이 갈비뼈 아래까지 올라와 산모는 호흡이 답답하거나 속쓰림을 느낀다.

4. 이 시기부터 태아는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며 태어날 준비를 한다. 아직 바른 자세로 있는 아이도 있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자세를 바꾸기도 한다.

이전 16화[태교일기 #46] 나 오늘은 진짜 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