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갈수록 힘들어질까

2025년 12월 1주 차

by 가애KA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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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즐겁게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하루의 마무리가 이토록 허무할 줄야. 3대를 120 치면 뭐 하나 이렇게 한순간에 와르르 되는데,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라고 하니 아직 덜 건강한 몸이 되었나 보다. 차마 병원에서 잘 관리했네요.라는 말에 웃을 수 없었다.


슬프게도, 힘들어요...라는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미 커피 먹었으려니 라는 생각에 유자차를 사주는 것뿐이었다. 거기에서 더 해봤자 점심 먹자는 약속을 잡는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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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밥을 먹고 의도적으로 게워내는 순간이 있다.

내 입을 움직여 저작활동을 통해 밥을 먹었다는 행위에 의의를 둘 때, 카페인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멀미 올 때, 배가 부른 게 기분 나쁠 때, 체했을 때, 과식했을 때.

특히 밥을 먹었다에 의의를 두는 경우는 꼭 배가 부른 게 기분 나쁜 상황을 동반한다.


말을 게워내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경우가 다양한 밥을 먹고 게워내야 하는 순간과는 다르게 이건 항상 체한 거다. 급하게 말을 꾸역꾸역 밀어 넣다가 체하던, 참다가 체하던 나도 신기한 이유로 체한다.

말은 억지로 게워낼 대상을 고를 수 있다. 어디에 토해낼 지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토해내야 하는 말들은 정해져 있다. 사라지고 싶다던가 짜증 난다거나 힘들다거나 죽지 않고 살아있다거나. 내가 스스로 나의 부정을 드러내야 하는 말들이다.


사라지고 싶다.라는 말은 대체로 사람들이 내 부재를 느꼈으면 할 때 체한다. 어차피 실행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 역시 그 말이 주는 부정과 환상에 한 몫한다. 체해서 게워내려고 키보드로 투닥투닥하는 이 밤에 업무 통화하면서도 생각한다. “사라지고 싶다.” 마음의 소리가 입을 통해 나가지 않게 하려고 집중하면서.


막상 내가 사라져도 변할 것은 없다는 걸 안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있어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고 잠깐 사라지는 것 정도야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거라는 걸 안다. 어쩌면 그 사이에 나를 잊고 나를 대체할 무언가가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거라는 것 역시 안다.


항상 나는 누군가의 대체할 수 없는 존재를 갈망했던 것 같다.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그래서 유일한 존재라는 타이틀에 집착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일을 반복한다. 자존감이 타인의 인정으로 채워진다는 건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내가 그들의 부재를 메꾸는 존재가 아니라 나 자체로 인정을 받는 아이였다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으로서 크지 않았다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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