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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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차갑기 그지없고, 입은 소년처럼 해맑게 웃는다.
나는 줄곧 이런 웃음을 소름 끼쳐했다. 누군가는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정적으로 학습된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인척하는 귀신을 보는 느낌이다. 귀신이라서 무섭다는 말이 아니라 귀신이라서 소름 끼친다.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이 인간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았다는 걸 보면 그 안에 들은 건 정말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화가 나다 말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봤다.
아, 고장 났다.
대체 어디에 지쳐서 고장 난 건지 모르겠지만 원인이 한두 개가 아닐 거라는 건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었다.
결정을 해야 하는 데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연락,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자신의 우월함을 아등바등 쏟아내는 독백, 주제를 벗어난 자료 공유 방, 보란 듯이 무너 저 내리는 체제, 밀려나는 장기말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
어디 하나 정돈된 것 없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나를 대체 어디에 둬야 하나. 어디에 둬야 그나마 좀 덜 방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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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새해가 되어 나이를 먹는 다. 순식간에 마흔이 될 거라는 친구가 마흔이 되면 로또가 당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도 연금 복권이 낙첨되었다는 후기와 함께.
나는 더 이상 절망을 돈 주고 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한순간의 행운에 의지하며 사는 것이 너무 불쌍할 것 같아서.
개발을 그만둘까 싶다는 내 말에 너무 많이 달렸으니까 이제는 쉬고 싶을 때까지 쉬어보라는 대답이 돌아오고서야 내가 하는 말이 그저 떼쓰는 어린아이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지도 않았는 데, 힘들다고 징징대고 있는 거다.
이렇게 쉬지않고 노력했는데, 단 한순간의 행운으로 이 노력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얻게 된다면 나는 뭘 한 걸까.
다른 사람이야 로또가 되든 말든 상관없고 나는. 수저도 있으나 마나 하게 태어난 나는. 적어도 내가 부여한 시간 그대로가 아니어도 노력한 만큼 돌려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돈으로 절망을 사지 않기로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