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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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인연은 가장 쉽게 떠나가나, 좋은 상사를 만나 이끌어준다던 사주의 예상과는 다르게 좋은 상사를 떠나보내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항상 떠나보내는 입장이었고, 떠나는 입장이 되고, 다시 떠나보내는 입장이 되었다.
1:1 미팅을 요청하고 회사가 평가하고 있는 나에 대해 물어봤다. 떠나는 입장이시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특정 평가 기준을 알고 있냐고 물으셨지만 처음 듣는 기준이라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주어진 업무에 대해 기대이상으로 해내는 사람이라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깊게 확인하지 않아 불필요하게 시간을 버린 일이 몇 번 있어서 그런 부분들로 인해 덜렁거리는 내가 벌써 드러나면 안 된다는 압박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회사의 BM이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의견, 내가 회사에 걱정하는 것들을 질문하고 그 이상의 것을 대답해 주셨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나는 이제 회사의 간판도 신경 써야 하는 연차가 되었으니 이 회사를 잘 만들어서 졸업하라는 부분이었다. 회사를 졸업? 한다는 표현이 과연 맞는 건가? 지금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맞이하고 있고 적용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졸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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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두 번이나. 누구나 그렇듯이 장례식장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정사진에 내가 아는 얼굴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 옛날에 할머니들도 그렇고 그 애가 걸렸을 때는 더더욱. 이번에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이야기로, 가끔 사진으로 마주하던 누군가의 가족. 내 옆을, 내 뒤를 지켜주던 사람이 떠나간다는 슬픔을 대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당신이 죽으면 하루만 더 있다가 가겠다는 말이 어떤 무게를 지니는 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이전에는 내가 가진 병을 특정할 수 없어서 그저 원인불명의 자가면역질환 환자로 살다가 언제 루푸스라고 확진될지 몰라서 사라져 가는 날 기억해 줄 사람을 옆에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의식 없어도 내 수술동의서에 서명해 줄 수 있는 사람, 보고 싶은 이들이 많은 한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