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프사는 임영웅이 되었고

하지만 네 번호를 지우지는 못해

by 가애KAAE


여전히 어색한 너에게


안녕, 이제는 3이라는 숫자를 쓸 수 있게 되었어. 네가 떠난 지 3년. 디데이어플은 3주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어. 그리고 호야가 떠난 날도 지났어.


나는 여전히 바쁘게 지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지금 깨달았어. 벌써 12년이 지났고 두 달이 지나면 13년이 되겠지.

겨울이 되면 폭설이 야우리 횡단보도를 가리고, 세일준비를 끝낸 우리가 굿닥터의 주원 말투를 따라 하며 횡단보도 신호를 폴짝대며 건너는 영상이 나타나. 페이스북은 과거의 오늘이라며 그 영상을 보여주고 내게 추억을 회상하라고 해. 나는 수 없이 그 영상을 그저 바라봐. 주원 말투 따라 하는 내 목소리를 듣기 싫어서 음소거하지만.

요즘 인스타에서 사람들이 하는 밈이 있어. 영상이 안 끝나요! 영상을 넘기지 않고 계속 보고 있을 때 하는 말이야. 나는 그 영상이 안 끝나더라. 19살인 너랑 21살의 내가 너무 해맑아서. 해맑은 네가 생각나서.


올해는 네가 많이 안 보고 싶었어. 생일도 지난 뒤에 나 알아챘고, 오늘도 이브가 아니었다면 놓쳤을지도 몰라. 그런 점에서 진짜 날짜 기가 막히게 골랐다고 생각해. 의외로 네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어. 그런 내가 밉다면 미안해. 하지만 보고 싶으면 날 만나러 왔어야지. ‘나 죽었는 데 누구랑 카톡해?’라는 잔인한 말만 잔뜩 하고 떠나면 내가 어떻게 너를 떠올리기가 안 힘들겠어.


사실,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된 것 같아. 역시 나는 눈에 안 들어오면 빨리 잊히나 봐. 올해는 너 때문에 힘든 내가 청승맞다는 사람도 있었고, 나를 이렇게 만든 네가 밉다는 사람도 있었고, 나한테 지랄한다며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걸 다 차치하고서도 너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건 확실하다는 걸 알겠어.


그리고 얼마 전엔 너랑 동갑인 친구가 네 곁으로 갔어. 아마 너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그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기에 두고 혼자 떠났으니 날 기다리는 데에 적적했다면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몰라. 나 기다리고 있는 거 맞지????




사랑해, 이소라. 오늘은 이 말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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