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나를 두고 떠납니다.

2025년 10월 1주 차

by 가애KAAE


호주로 도망쳤다. 사실 이 여행은 반년 전에 계획된 아주 진득한 계획형 인간들의 여행이었다.


작년 이맘때는 사람한테 상처받아서 뉴질랜드에 갔는데, 올해는 지쳐있는 상태로 호주에 가게 되었다. 즐겁고 기쁜 상태로 여행 갈 팔자는 아닌 건가 싶기도 하다.


1년여 만에 만난 친구들은 여전히 좋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즐겁게 지냈고 1년 만에 그래도 스픽과 듀오링고 좀 했다고 더 자신 있게 영어를 뱉고 보는 내가 대견했다. 일단 무어라도 해두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대자연의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는 압도적인 풍경과 나를 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대 뒤엉켜 다시 또 앞으로 나갈 용기를 채워 넣는다.


토해낼 수 없을 만큼 정리 안된 생각들, 갈 곳 잃은 손, 외면하는 눈길과 제어할 수 없는 환경들, 정리된 것도, 갈 곳도, 관심도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지만


마야가 기다리니까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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