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주 차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출근, 마지막 퇴근을 하고 비로소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어쩌면 다시 보지 말자는 인사일 수도 있고, 정말 감사를 전하는 말일수도 있겠다.
긴 연휴의 절반을 모자란 잠을 해소하는 데 사용했다. 대망의 마지막 출근날이 밝았다. 하늘, 네가 왜 슬퍼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비가 왔고, 겉옷을 안 입고 와서 이미 다시 올라갔다 왔는데 또다시 올라가긴 싫고 편의점에서 사야지 하고 그렇게 또 고집 피워서 스스로 험난한 마지막 출근을 한다. 항상 가방에 작은 우산을 챙겨놔서 우산 살길이 없던 나는 우산이 8천 원이라는 사실이 당황스러웠고, 하지만 어쩌나 하며 멍청 비용을 지불한다.
사실 이 정도면 맞고 가도 되는데, 오늘따라 예쁘게 된 화장과 날이 쌀쌀해지면 개시하기로 한 옷들이 아까워서 기꺼이 카드를 내민다. 마지막 날인데 뭐 하러 이렇게 힘을 썼나. 다음 주면 인스타에서만 생사를 알 수 있는 사이가 되는데(그것도 안될 사이도 많다).
4년 6개월에서 9일이 모자란 날이다. 한 주만 더 있다 퇴사하기에는 마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 멘탈이 안녕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최근 1년을 나는 그렇게 버텨왔던 것 같다. 죽은 것처럼 회사밖으로 돌았다. 일에서의 자극이 사라진다는 것이 내게 큰 방황을 만든다는 사실이 적응이 안 됐다.
아무리 내가 이 일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였나?
어쩌면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방향이 너무 달라 우선순위 설정에 실패한 것 아닐까. 우리는 오너의 지시라는 이름 안에서 조금 더 반항했어야 했고,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작은 저항을 일으켜야 하지 않았을까. 진취적이라는 것은 결국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수많은 성격테스트에서 나오는 내 진취적인 성향은 왜 오너의 지시라는 이름 안에서 갇혀서 발휘되지 않았을까.
이제 4년 5개월 21일을 근무한 회사를 떠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다녔고, 가장 오래 여운이 남고, 가장 많은 애정과 관심과 노력을 쏟은 서비스였다. 그리고 가장 많이 운 서비스다. 앱은 내려가도 그 흔적은 매장에 남으니 부디 잘 남아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