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첨된 로또와 꿈의 50억

2025년 9월 4주 차

by 가애KAAE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내 신념이 다시 꿈틀대지 않았다면 더 많은 연봉에 대기업 협력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을 텐데

단지 '공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이다.'라는 말에 내가 꽂히지 않았다면, 사람 냄새나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 서비스 설명을 듣고 다시 내 신념이 꿈틀대지 않았다면, 수많은 '그렇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의 끝에 있던 이 약 4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월 50억 매출을 달성하는 서비스가 될 겁니다."

오프라인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대표님은 이 서비스를 그렇게 만들겠다고 하셨다. 서비스가 내려가기로 결정된 날,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흩어지기로 결정한 날, 사직서가 최종 결재된 날, 또 그렇게 쌓인 수많은 '날'은 우리가 그런 서비스가 되는 것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준비된 시간에 사무실을 나와 생각보다 무난한 작별인사를 했다고 생각한 순간 정말 말 그대로 만감이 교체했다.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그다음 날 뒤늦게 발견한 편지에서도 내가 머문 시간이 이렇게 소멸되는 것이 슬펐는지, 아니면 이렇게 함께 해준 시간들이 아쉬운 건지, 또 한 번 내가 애정을 쏟은 대상이 사라지는 것은 불변의 진리가 되는 것인지, 수많은 것들이 교차할수록 이것이 감정인지 생각인지 아니면 잡념인지 불분명해진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인데, 그리고 내가 가야 하는 길도 정해져 있다는 것도 변하지 않는데 자꾸 뒤돌아보는 것은 내 행복을 기원하며 받은 낙첨된 로또 때문인지, 아니면 달성하지 못한 50억 때문인지 답을 알겠다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드니에서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을지도.

언제나처럼 모든 것이 불분명한 세상에서 의문을 하나 더 남겨두는 것이 무슨 대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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