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주 차
새 회사,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루틴, 새로운...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다. 나는 이 새로운 것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어쩌면 준비되지 않은 채로 뛰어든 건 아닐까. 그 여느 스타트업처럼 일단 뛰어들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자세인 건 아닐까.
새회사로 출근한지 3일만에 내 안에 적립해둔 여유를 전부 소진했다. 출근하면서 이어폰을 찾는 나를 보고 실감했다.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차가웠다. 이제는 나도 이 차가운 출퇴근길을 만드는데 일조하기 시작했구나. 도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도 차갑게 만드는 구나. 따듯한 사회라는 건 차가운 도시 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겠구나.
이번 주에 내가 가장 많이 뱉은 말은 ‘제가’였다.
‘제가 여기서 리팩토링 하겠다고 결정하면 시간을 주실 건가요?’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그냥 제가 밀고 가면 되나요?’
‘제가 정리해 보고 공유드릴게요.’
‘제가 일단 잡아볼게요.’
‘제가 어떤 절차로 진행해 드리면 되나요?’
‘제가 참고할 문서가 있으면 태그 해주시겠어요?’
‘제가 히스토리를 찾을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그 말을 뱉을수록 내가 서 있는 그 자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더 선명해졌다. 면접 때, OJT 할 때 말했지만 여느 회사처럼 날 시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바로 판을 깔아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판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곁눈질로, 어깨너머로, 토의하며 얻은 지식들이 하등 쓸모가 없는 건 아닌지 그래도 책임이라는 직급을 달고 제법 선임, 주임들한테는 잘도 밀어붙였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저 아래까지 금이 가 있는 지반을 메우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농담처럼 책임이라는 직급은 사고 나면 책임져야 돼서 책임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정말로 프로젝트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서 책임인 거니까
그러라고 만든 자리다 내 자리는.
그리고 결국 내가 갈망하던 자리다 이 자리는.
시간이 경험이 되고, 경험이 실력이 되어서 나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 자리다.
분명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고 기뻐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건 이제야 현실을 깨달아서, 이 자리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어서일까. 그래서 자꾸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어서 그렇게나 눈시울이 붉어진 걸까 막상 갖고 싶은 것을 쥐어주니 방황하는 꼴이 웃기다.
진짜 내가 갖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이렇게 올라가다 보면 결국 내가 찾는 안정도 찾을 수 있을까.
징징대는 건 여기까지 하고 못 버티겠으면
도망치던가
못 올라가는 걸 인정하고 거기서 머물던가
아니면 사라지던가
정하자 이제. 이젠 페이스 조절도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