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도둑이 되었나?

by 유의미

그 날은 시험기간 이었다.

대학도, 중학교, 고등학교 모든 학교가 시험기간이라 2~3주 동안은 정신없이 바빴다.

공부 안하던 애들도 독서실로 일단 헤쳐 모여한 느낌이랄까.

내가 있던 독서실은 카드 결제, 현금 결제가 가능했는데

현금 결제를 받으면 이름을 적고 현금을 두는 통이 있었다. 그 통에 모아두었다.




그 날은 내 공부를 할 수 없을만큼 바빴다.

사람들도 계속 왔다갔다 거리고, 중간에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히해달라고 하는

컴플레인을 해결하고 다녔다. 어떤 사람은 카드로 결제하고 어떤 사람은 현금으로 결제했고

정산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




독서실은 곧 만실이 됐고, 자리가 없어 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한참 바쁜 시간을 지내고 정산을 맞춰보는데 뭔가 돈이 맞지 않았다.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돈이 맞지 않아서 몇 번을 검산했다.

그런데도 돈이 비었다. 큰 돈은 아니었던 것 같고 3만원내지 5만원 정도? 였을까.




이상했던 나는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받기는 받았는데 정산이 안맞는다고 말한다.

처음에 사장님은 잘 찾아보라면서 말한다. 누가 돈을 안낸 사람이 있냐며 물었다.

돈을 안낸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너무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끝나자 사장님과 교대를 했고 일단 시간이 늦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장부를 보더니 이 사람들이 돈을 안내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내가 가져갔냐며 물어봤다.

나는 가져간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CCTV에 다 녹화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나는 어이가 없었고 억울했다.

CCTV 확인해보라고 했고 경찰에 신고할거면 신고하시라고 했다.

내가 이렇게 나가자 사장님은 예상했던 반응과 달라서였는지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주겠다고 회유책으로 태세전환을 했다. 나는 진짜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고

돈은 받았는데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사장님은 그러면 내가 근무할 때 없어졌으니 그 돈은 내가 메꾸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고

나도 알겠다고 했다. 더 나에게 도둑 취급을 했으면 그만둬버렸을텐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고

이제와서 다른 독서실 총무 자리를 구하기도 애매했다.

결국 나도 사장님도 서로 비즈니스적으로 필요한 관계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껄끄러워졌지만

돈을 채워넣는 걸로 하고 마무리 되었다.








안그래도 수능 앞두고 복잡한 마음이었는데 이런 일까지 터지니 더 마음이 복잡스러웠다.

부모님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괜히 아빠가 끼어들면 일이 더 커질것 같기도 했고

당시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재수를 하는 것, 대입을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모님이 이럴 때 나의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역설적이기도 도움은 요청하지 않았으면서도)

만약, 우리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내가 재수하는 것을 믿고 지지해주었다면

그래서 학원도 보내주고 독서실도 끊어주었다면 내가 오늘 같은 일을 겪었을까?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씁쓸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수치스러움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더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복수는 앞으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수치스러움, 억울함, 환경에 대한 불만이 한데 어우러진 마음으로 한동안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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