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변화되는 세상은..
그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해 환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한의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지구촌의 모든 국가가 이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우왕좌왕 대처하기 바쁘다.
'글로벌화'의 어두운 면을 실감한다. 심지어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국가들도 전파력이 뛰어난 신종 바이러스에게는 속수무책이다. 지금은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언젠가 우리는 코로나를 통제하고 나면 사태는 다시 잠잠해진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숙주를 감염시켜야만 자신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또 다른 돌연변이를 거듭한다.
인간은 자신의 무한한 먹거리 욕망으로 인해 박쥐를 요리해서 먹다가 사향고양이를 통해 사스 바이러스, 박쥐와 낙타를 매개로 한 메르스, 그리고 박쥐에서 시작하여 중간 매개체를 정확히 밝혀내지도 못한 코로나바이러스에게 인체를 숙주로 제공했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숙주로 하여 공존하면서 그렇게 생존과 번식을 계속한다. 인간은 또 언제 출현할지 모르는 변종 바이러스를 퇴치하려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팬데믹’이라 불리는 현재의 사태가 지나 간 어느 날,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날이 올 수 있다. 마치 우리가 IMF 외환위기를 겪고 난 이후의 상황과 같이.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우리는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삶을 지탱하는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난 다음, 현재 겪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부의 양극화 현상들이 조금씩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례가 없는 위기를 넘길 때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빅 히스토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호모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가 지난 3월 20일에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를 하였다. 요약하면 코로나 사태를 겪은 후 인류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그 첫 번 째는 전체주의 감시체계의 강화와 시민 권한의 확대 사이의 선택, 두 번째 선택지는 국수주의 고립정책과 글로벌 연대로, 두 가지 선택 여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너무나 해답이 명확한 이상적인 해석이다.
나는 각 국의 현재 상황을 미루어 예측하면 하라리가 제시한 두 가지 선택 가운데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확률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판단된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유럽연합의 국경 폐쇄와 고립정책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우울하다. 위기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사용한 국가정책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갔을 때도 시민들은 이미 그 변화에 익숙해진다. 정치 권력자들은 그 변화된 습관을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사용하기가 아주 용이하다. 물론 기업가들도 그 변화를 잘 읽어야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공공보건의 안전을 이유로, 사실은 영속적인 권력 유지를 위한 것이지만, 개인에 대한 감시 체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미국의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연장과 정치적 입지를 위해 상호 호혜의 정신을 버리고 각 국가들과 무역 충돌을 계속 벌리면서 자국 우선주의의 슬로건인 '위대한 아메리카'를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태리와 스페인의 위기를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돕지 못하게 되면 유럽연합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 모두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미 영국의 브렉시티를 시발로 한 유럽연합이 붕괴할 우려가 크다.
'The Atlantic' 잡지의 과학전문 기자인 Ed. Yong의 2020년 3월 26일 자 "How the Pandemic Will End" 기사의 코로나 후의 분석도 나의 시선을 끈다.
" 미국은 '글로벌 보건안전지수'에서 최상위 순위에 올랐고 '팬데믹'에 대한 준비상태는 83.5점으로 최고점을 받았지만, 정작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실제 상황에서는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 국가'라는 명예가 무너져 버렸다." Yong 기자는 왜 그랬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미국 중앙 질병 본부인 CDC의 안일한 대처와 미국 식품의약국인 FDA의 관료주의와 트럼프 백악관의 판단 혼선을 그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국과 한국을 비롯하여 이미 바이러스의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을 참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을 과소평가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CDC는 2월에 잘못된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유통시킴으로써 결정적인 시간을 허비했고 관료화된 FDA는 민간 실험실에서 개발한 검사시약을 빠른 시간에 허가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다"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몇 차례 결정적으로 놓친 시간에 이미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구 밀접 지역인 뉴욕과 L.A. 를 거쳐 미국 전역으로 번지기 시작했으나 진단할 시약조차 모자라서 확진자를 판단할 수도 없었다. 비난받아 마땅했다.
의료기술과 의약품 개발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이 진단 키트가 부족하여 진단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감염질병 정책을 연구하는 조지타운대학의 Alexandra Phelan 교수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패닉 현상에 놀랐다고 전한다.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빨리 전파가 되는 감염질병은 빠른 진단과 확진자를 구분하여 격리하는 방역작업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진단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던 것이다.
Yong 기자는 한국과 싱가포르 및 홍콩은 미국과는 정반대로 증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진단하여 확진자를 구분하고 격리하여 의료시스템의 과부하 상태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는 특히 한국의 질병본부가 민간기업이 신속하게 개발한 진단키트를 이용하여 확진자를 격리 조치하고, 확진자와 그 접촉자들의 동선을 재빨리 추적하여 건물을 폐쇄, 소독하여 바이러스 감염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물론 '신천지교회'같은 돌발 변수가 등장하여 위기 수준이 급상승했지만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질병본부의 권한으로 확진자의 주민번호, 신용카드 결제 장소와 핸드폰의 위치정보를 통해 동선을 빠르게 추적하여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식별하여 격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민의식도 향상하여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사재기 지양' 등을 준수하여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감소시킨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정부의 위기 대처능력 및 시민의식 수준을 선진국과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한편 '디 애틀란틱'의 Yong 기자는 향후 미국 국민의 다섯 명에 한 명은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며, 그 일자리의 대부분은 호텔, 항공업, 숙박, 여행 관련, 자동차 관련 업종이며 음식점을 비롯한 소매점과 같은 자영업자들의 대량 파산을 예고했다. 사실 전 업종에 걸쳐 그 파급이 미친다. 바이러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들의 불안으로 인해 생활 속에서 습관화가 되면서 차츰 '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사회'의 문화로 정착된다. 그로 인하여 마이너스 경제성장, 절대 빈곤층의 증가와 중산층의 몰락과 함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도 미국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준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태를 벗어난 후,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광장 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의 심리적, 정신적인 후유증을 많이 겪을 것이고 심지어 청결 강박증과 같은 과잉행동 증후군까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자가 격리자, 확진자, 의료 종사자들은 번아웃 증후군과 저소득 노인층의 사회적인 소외현상은 가속화된다. 인종차별은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예상되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전파가 되는 코로나바이러스도 언제인가는 물러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르고 넘어갈 것인가. 아직 어떤 전문가도 정확한 시간을 모른다. 다만 3개월 혹은 6개월로 추정은 하지만 내년에 또 다른 변이를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로 다가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지난 간 후에 남는 후유증과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화의 추이를 보려면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자.
물론 위기의 종류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유사한 경우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의 경제구조와 함께 삶의 방식도 많이 변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평생 다닌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자각했다. 기업은 평생직장 개념을 허물고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몰려오면서 모든 업종에서 치열한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했다. 최근에 우리 경제도 저성장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살 길을 찾기 위해 허둥대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 시점에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전례가 없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일부 백화점과 식당 및 공공기관의 폐쇄, 장기간의 재택근무, 원격강의의 확대, 스트리밍 영화와 모바일 주문의 폭발적인 증가, 원격진료의 부분적인 허용 등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평상시에는 몇 년을 걸려 토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원격진료, '아파도 회사에 출근하라' 인식이 '아프면 당연히 결근한다'는 근로 양식, 원격강의의 단점만 줄곧 주장했던 교육당국이, 지금은 누구도 새로운 행동양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양식의 변화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변화의 에너지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언제쯤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이 최고조의 위험한 순간이라는 사실만 강조한다.
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습관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쇼핑의 패턴이 코로나로 인해 모바일로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새벽 배송과 당일 배달 서비스와 함께 이미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쇼핑만이 아니다 식사도 직접 식당에 가지 않는다. 앱을 이용하여 배달시킨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서서히 인기가 떨어질 것이고 넷플릭스의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호한다.
지금 ‘비대면의 시대’가 그 막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비즈니스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비즈니스 거래 양식 자체가 변할 것이다. 개인의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출발한 ‘비대면 서비스’가 이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공공위생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습관화되면서 그 변화를 가속화시켜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대학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나는 지금 재택근무를 한다.
‘비대면 원격수업’을 위해 집에서 강의 준비를 한다.
강의자료를 준비하면서 집에서 처음으로 동영상을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원격강의를 준비하는데 여러 가지 옵션이 있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동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려 학교의 원격강의 학습관리시스템인 ‘E-Class’와 연동시키면 출석까지 확인되는 시스템이다.
학사지원팀에서 배포한 매뉴얼을 보고 더듬더듬 제작과정을 확인하면서 동영상 자료를 만든다.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 쇼를 이용하여 녹화를 하고 동영상으로 변환하여 유튜브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학교 홈페이지의 ‘E-Class’와 연동시켜 출석 확인까지 가능하게 했다.
예상보다 파워포인트의 동영상 품질이 괜찮다. 돈도 들이지 않고 학교 컴퓨터 서버의 부하도 걸리지 않게 유튜브 서버를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연동시켰다. 작업은 늦은 오후에 끝났다. 직접 동영상 강의자료를 제작하면서 이렇게 돈 들이지 않고 학생들의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금까지는 학교에 직접 가서 ‘매체 제작실’을 이용해야 했다. 그곳에서 강의를 녹화한 후에 제작실 직원이 동영상과 강의자료를 “동시화”하는 편집 작업을 거쳐야 동영상 강의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는 집에서 ‘Zoom” 또는 ‘WebEx’라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도 강의하면서 학생들의 질의에 응답을 할 수 있다.
강의 중에 팀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토론까지 가능하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했지만 감각이 둔해 감지하지 못했다고 실토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과 기업에서 'Zoom과 WebEx' 등의 플랫품을 이용하여 원격강의와 화상회의를 할 것이다. 물론 얼굴을 마주 보면서 강의하고 회의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지만, 시간 대비 효율성을 판단하여 필요할 시에는 언제나 오프라인 교육과 함께 ‘비대면 학습’을 병행하면서 '브랜디드 러닝' 을 활용할 수 있다. 각종 상거래와 교육, 의료, 금융, 유통 및 공공서비스의 영역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가 일부 단점이 있겠지만 점차 진화할 것이다.
이미 미래 대학의 모습을 제시한 학교가 있다. 바로 “미네르바 대학"이다. 미네르바 대학은 강의실과 도서관이 없다. 학생들이 지낼 수 있는 기숙사는 갖추어져 있다. 4년 동안 미국, 독일, 영국 등 7개국을 돌아다니면서 각 지역사회와 맞부딪히면서 수업한다. 수업은 어디서 하느냐고요?
실시간으로 온라인 수업을 한다. 녹화된 수업이 아니라 지정한 시간에 학생들이 ‘Zoom’ 플랫폼에 참여한다. ‘거꾸로 수업방식(Flipped Learning)을 이용하여 교수가 미리 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준비해 온 각자의 생각을 온라인을 통해 토론하는 방식이다. 나도 지난 학기에 실제로 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강의를 했는데 학생들의 참여 부족으로 실패했지만, 다음 기회에 학습자의 동기부여 방법을 고려하여 다시 강의할 계획이다.
'거꾸로 수업방식'에서 교수는 중재자(Facilitator) 역할만 하고 수업 중에 학생의 참여도, 비판적 사고, 상호 소통 능력, 창의적인 생각 등에 따라 학생을 평가한다. 교수자의 역할이 바뀌었다. 시험이 없다. 아니 시험이 필요가 없다. 수업시간에 평가가 다 이루어진다. 시험이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실험실습이 필요한 수업은 별도로 대학 실험실을 빌려 사용한다.
대학이 강의실과 도서관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는 "브랜디드 러닝"의 확산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학습 방식이다.
소유의 종말을 예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계속 우리 삶의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에어비앤비, 우버, 미네르바 대학과 같이 새로운 포맷으로 우리 곁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어느 수준까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비대면 사회”가 올진 아무도 모른다.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다.
처음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하여 온라인 쇼핑까지 비즈니스를 확대할 때 대형 소매업체는 모두 코웃음을 쳤다. 상품이란 자고로 직접 보고 만지고 입어 보고 맛을 봐야 구매하는 것이라고 장담했다. 저러다 얼마 가지 않아 아마존이 망한다고 소매업체들이 숙덕 댔다. 몇 년 후, 125년 전통을 가진 백화점인 ‘시어스’가 파산했다. 최대 장난감 업체인 ‘토이저러스’도 무너졌다.
170년 역사를 가진 ‘메이시스’는 향후 125개의 매장을 폐점하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최근 회사채가 정크본드로 추락했다. 소매업의 종말이 왔다. 반면 이커머스의 선두주자인 아마존은 코로나 사태로 폭발적인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10만 명을 더 고용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신선식품은 새벽 배송으로, 일반 상품은 당일배송, 최저가 보장의 ‘모바일 쇼핑’을 약속하는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유통에서도 ‘비대면의 시대’가 지금 우리 발 밑에 이미 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지구촌 모두의 생활 습관이 바뀌게 된다.
인류 초유의 사태에 대응하여 살아남는 기업이 있다. 소비자의 변화된 습관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결정된다.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온 온라인 쇼핑은 말할 것도 없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날 것이다.
원격강의 준비를 끝내고 기분 전환을 위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봄은 이미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아직 삭막한 겨울 냄새가 나는 오솔길의 나무들은 죽은 듯이 움츠려 있다. 산길을 한참 걷다가 멀리서 연분홍색 꽃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진달래다.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아직도 거무스레한 가지 끝에 진한 연둣빛의 꽃망울이 피어올랐다. 그 옆에는 이미 꽃망울을 터뜨려 활짝 핀 꽃도 보인다. 죽은 듯 보이는 가지에 생명의 힘이 올라오고 있다.
나무 둥지 아래의 척박한 땅에는 민들레가 수줍은 듯 하지만 노란색을 강렬하게 뿜어내고 있다. 나도 그 겨울을 버티면서 살아났다고 외치는 것 같다. 들꽃이라도 생명의 힘은 이렇게 강하다. 인간을 비롯하여 이 작은 들꽃까지 '생명의 진화'라는 큰 흐름 속에 서로 연결된 생명계 속의 개체이다. 또한, 하나밖에 없는 삶의 터전인 지구촌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이 고통을 받아 힘들어할 때 서로 연대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어려움을 겪어야 더 성숙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심한 두통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찾았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동기도 그러한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이 시련도 마찬가지다. 이 고통 속에서 더불어 사는 생명의 뜻과 사회 경제적 변화의 의미를 생각할 시간이다.
지구촌 모든 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혹독한 시련은 어쨌거나 지나간다. “봄추위에 장독대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겨울이 지나고 난 다음의 꽃샘추위를 대비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함께 다시 추슬러야 할 시간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세상에서 필요한 말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삶의 방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직장과 가정 모든 삶의 현장에서 어려운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대비하여 서로 연대하고 몸과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찾는 방식을 찾아서 익혀야 한다.
그 선택은 올곳이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