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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재균 Nov 29. 2023

네팔 포카라에 가다 - 2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해라..!

네팔 포카라 여행에 대한 계획은 2021년 11월에 친구 K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포카라에서 호텔과 식음료 사업을 하는 현지인을 알고 있어 여행하기가 편하다고 했다. 본인이 일정을 다 조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친구 따라 강남도 간다는데...

귀가 솔깃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을 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답답하던 차에 편안하게 몸만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근데 포카라는 안나푸르나를 등정하기 위한 출발지가 아닌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까지 갈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앞섰다. 최소한 일주일이 걸리는 트레킹에다 고산병도 온다고 하는데.


안나푸르나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히말라야산맥 안나푸르나의 별이 된 박영석 대장이다. 아직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비극이었다. 또한 2020년 1월 경, 한국인 교사 4명과 현지인 안내자 2명이 ABC 코스를 트레킹 하다가 해발 3,230M 지점에서 눈사태를 만나 모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상황이라 몇 개월이 지나 겨우 시신을 수습하고 현지에서 화장하여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어째 어두운 소식이 먼저 기억에서 살아난다. 겨울에는 다소 위험한 트레킹 코스라 현지 프로그램에도 12월과 1월에는 없다.


마음속으로 고민하는 것을 알았는지, 그때 K가 베이스캠프까지 가지 않고 안나푸르나 근처 산에 하루 혹은 이틀 잠시 등정하는 간단한 코스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방콕으로 가는 스케줄이라고 했다. 속으로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스스로 묻는다.

전 세계 어느 국가의 사람이건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유사한 답이 나온다고 했다.


1. 여행할 때

2. 맛있는 것을 먹을 때

3. 멋진 경치를 보며 새로운 경험을 할 때

4. 아이가 태어날 때

5. 결혼할 때

등등....


이 가운데 1, 2, 3번은 모두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서울대 최종훈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명언이다.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해라..!


그래..!


잠시 뜸을 들이다가 흔쾌히

‘오케이..!!’

를 외쳤다.


내가 선택을 잘했다는 것을 다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지금 다음의 글귀가 SNS에 유독 빨리 눈이 뜨인다.


<92세 할머니가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점>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는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애지중지 키운 자식도 지 가정 차리면 그만이여

열심히 모은 돈 죽을 때 가지고 갈 거여?

왔을 때처럼 빈손으로 가는 거여.


그놈의 인생이 뭐라고 뭐 이리 아득바득 살았는지 옘병.

이 할미가 진짜 억울한 건 자식 놈 뒷바라지한다고

돈 있어야 노후가 편하다케서 억척같이 모았는데


이제 좀 놀아볼까 했더니 옘병.

이곳저곳 안 쑤시는 곳이 없어

젊은 사람들 말맹키로 인생은 타이밍인 것이었다.


이 글을 읽는 너도 인생 너무 아끼지 말어.

주변 사람에게 너무 희생하지 말고.

네 인생을 살어. 행복은 나중으로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연기처럼 그냥 사라지는 거여.


그러니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행복하게 살어.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고

누릴 수 있는 행복에 최선을 다하며 살어.

뭐 큰일을 하느니 숭고한 일을 하느니

염병 떨지 말고, 뭐가 되었든

'너부터 잘 살아!'

그게 최고의 삶이야.


사투리가 섞여서 더 구수한 맛이 날 뿐만 아니라 인생을 통찰하는 지혜가 담긴 글이다. 그래, 좋은 인생을 살려면 자주 웃으라고 했는데, 자주 웃으려면 여행만 한 것이 어디 있을까? 지금까지 해외를 많이 다녔지만 모두 ISO (국제표준화기구) 회의를 위한 출장 업무였다. 전 세계 어느 호텔에서나 비슷한 아침 메뉴에, 하루 종일 회의하고 저녁은 또 호텔이나 현지 식당에서 먹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웨덴, 노르웨이, 체코, 아일랜드 심지어 인도, 베트남, 라오스를 다녀와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조차 없다.


회의에 지쳐 저녁에는 파김치가 되어 그날의 회의를 정리하여 마무리하고 같이 간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고 그것이 루틴이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여행은 일상과 함께 주위 시선에서도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자유케 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근데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런 여행을 하였는지 되돌아보지만 얼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여행지도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카트만두와 포카라가 아닌가.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 <잃어버린 여행가방> 중에서 카트만두를 신들의 도시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래, 영혼의 자유로움까지 누리자는 의미에서 K가 여행의 타이틀도 SOUL TOUR라고 하지 않았던가? 언제 다시 네팔을 갈 수 있을까.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92세 할머니처럼 타이밍을 놓쳐버려 아파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못 갈 것이 눈에 선하다. 예전에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국 동서부를 가족과 함께 차로 꼭 횡단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근데 방학기간에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었고 돈이 있을 때는 논문을 쓰느라 시간이 없어 결국 대륙횡단을 하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놓쳐 버려 아직도 후회로 남는다.


'그때 대륙횡단 여행을 할 걸'


더 이상 후회할 일을 줄이고 싶다.

'여행이 최고지, 그것도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금상첨화겠지..'

혼자서 '아주 잘했어"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격려까지 했다.


이 여행을 제안한 친구 K는 공군장교 동기이기도 하고 함께 골프도 자주 쳐서 어느 정도 서로의 마음과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친한 친구와 여행을 하다 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의견 충돌이 있어 서로가 불편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실험 삼아 두 차례에 걸쳐 공주 마곡사와 현충사, 양양 5일장과 정동진을 한 바퀴 돌면서 서로 마음이 맞는지 확인했다. 이 참에 ‘3할배 투어’라는 모임을 결성하기로 하고 동지 한 명을 더 규합하기로 했다. ‘할배’라는 어감이 원래 좋지는 않았다.


‘벌써 내가 할배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근래 <꽃보다 할배>라는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어 어감이 예전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그 새로운 친구가 내가 브런치를 소개하여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친구 P다.


최근에 <네팔 포카라에 가다 1> 을 브런치 스토리에 올렸다.

(원문: https://brunch.co.kr/@psj22445/29 )


원래 친구 P가 네팔 여행기를 계속 쓰기로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하여 나와 함께 연재하는 방식으로 해 보면 어떨까 하고 시도한다.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 여행했지만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기를 쓰면 색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 모임을 제안받은 P가 궁금해했다. 공군장군 동기생이고 골프 모임에서도 가끔 보지만 함께 이런 여행 모임에 유독 자신이 초대받은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왜 하필 P였을까?


나도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여행을 함께 지속적으로 하려면 서로 마음이 통하는 공통점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뭘까?

물론 2021년 11월 이후에 매 달 오일장터와 사찰을 여행하면서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공통분모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각자가 글을 쓴다는 점이다. 포카라 여행을 제안한 K는 이미 오래전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 적이 있다. 그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받고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밤사이 다 읽었다. 가볍지만 일상의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능력이 있다.      

부러웠다.


당시만 하더라고 글을 써 책으로 낸다는 사실 그 자체가 부러웠다.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더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에게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 주었던 것 같았다. 내 마음에 글쓰기 씨앗을 뿌려주었다.


92세 할머니의 명언처럼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내 삶을 살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게 된 이유도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먼 훗날, '그때 글을 썼어야 했는데~~' 하고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또 친구 P도 몇 년 전에  <왜 그러고 다녀>, <장 담그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흥미 있는 사실은 P도 나처럼 처음에 포카라 여행을 제안한 K로부터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P는 2017년부터 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나를 찾는 글쓰기 학교’를 다녔고 시흥시 평생교육센터에서 글쓰기 공부를 꾸준하게 해 온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세상돌아가는 얘기 뿐만 아니라 본인이 쓴 글과 감정에 대해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 공통점은 삶에 대한 생각이 비슷했다. 차 속 좁은 공간에서 2~3시간 함께 타고 가면서 얘기를 하면 서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서로 자라온 환경도 너무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자기주장만 하지 않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면서 재미있게 대화를 풀어가는 성품이었다.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모습에서 묘하게 조화를 이루곤 했다. 물론 때에 따라 의견이 서로 엇갈릴 때는 목소리가 잠시 높아지지만 결국 그 차이를 이해하려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을 볼 수 있어 짧지 않은 여행에도 매번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정도 호흡이 맞다면 포카라 여행뿐만 아니라 어디라도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포카라 여행은 시작되었다.  


포카라 공항 근처 상공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

 

벌써 안나푸르나 정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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