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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Sep 30. 2024

촌개구리의 삶 (26)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2

우리나라는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이 너무 짧다. 잔디가 죽는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빼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간은 5~6개월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가 골프 치기 좋은 환경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골프인구는 진즉에 500만 명을 돌파해 우리나라는 10명당 1명, 20명당 1명인 일본을 앞질렀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골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단한데 한민족에게는 재밌는 것은 못 참는 유전자가 있는 게 분명하다.


골프인구 증가에 나도 한몫했다고 자부한다 '골프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입문을 많이 시켰다.


요즘도 주변에 골프 안 하는 분을 만나면   늙어서도 부부간에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므로 접근방법이 편하고 재밌는 스크린골프부터 입문시킨다.


어렸을 때 '자치기' 하며 친구들과 놀던 동심이 이제는 골프채와 골프공을 가지고 노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9년부터 라운딩일자, 구장, 동반자, 날씨, 스코어, 특이사항 등 기록하고 있다.


2010년 골린이 시절 평균타수가 104타, 10년이 지난 2020년 평균타수는 90타로 14타 줄이는데 10년 걸렸다.


레슨도 안 받고 연습도 게을리하다 보니 10년간 거북이처럼 더디지만 계단식으로 평균타수가 줄어들었다.


누구는 1년 만에 8자를 그렸네. 싱글을 했네. 자랑하지만 부럽지 않다. 실력을 유지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의 구력 10년이 지나도록 역행하지 않고 가장 재밌다는 '보기플레이'에 안착한 것에 너무 감사하다.


만일 동남아나 미국처럼 골프천국인 나라에 태어났다면  더 잘 쳤을까?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태어나 여건이 좋지 않기에 어쩌다 나가는 한 번의 라운드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즐긴 것 같다.


필드에 나가는 약속이 잡히면 설렘 속에  연습하러 가는 시간도 즐겁다. 구력이 10년이 넘자 설거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 시간 연습하면  30분 이상 웨지 연습을 한다.


연습이 재밌는 운동은 골프밖에 없지 않을까? 연습도 어울려서 하면 더 재밌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다 연습 한대로 필드에서 롱아이언이 잘 맞아 온 되었을 때 그 짜릿한 손맛은 잊을 수 없다. 아울러 그린 주변 러프에서 칩샷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간 날에는 타수와 관계없이 기분이 찢어진다.


이렇게 가끔씩 한 번의 샷과 퍼팅이 나를 감동시키니 칠 수록 어려운 골프를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다.


그래서 골프는 입문하는 순간부터 해를 거듭할수록 예측불허의 다양한 스토리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머리 올린 날, 깨백하며 90대 진입한 날, 첫 버디 잡은 날, 더블보기 없는 날, 8자 그린 날, 어쩌다 싱글 한 날, 재수 좋아 이글 한 날, 최근에는 라베를 갱신하고 있어 나의 기록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세월이 흐를수록 기록은 추억이 되어 새록새록 되살아 날것이다.


이렇게 골프를 진심으로 즐기다 보니 나만의 기록도 늘어나고 골프친구들과 나눌 수다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골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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