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매일 보는 행복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기온이 더 떨어져 최저 7도, 최고 16도로 거제 와서 가장 낮지만 구름 없이 맑은 날씨라 바람이 관건이다.
창밖을 보니 떠오르는 햇빛이 눈 부실 정도로 쨍했다. 이런 날 바다에 가면 파도의 윤슬이 더욱 반짝여 아름답지만 백내장이 시작되는 나이라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 첫 번째 코스는 서부권에 있는 거제식물원을 방문했다. 주차장에서 보니 돔 규모가 어마무시하다. 4468㎡ 면적에 최고 높이 30m, 7472장의 유리로 덮여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 식물원이란다.
돔 내부에 들어가니 거대한 유리온실이라 비 오는 날이나 추운 날씨에는 딱이다.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1,2층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이했고 다양한 열대 수목은 물론 생전 처음 보는 나무와 꽃도 많았다. 평일인데도 효도 관광객들이 많아 놀랐다.
출구로 나오니 잠시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들었다. 맞은편 습지생태관 '진틀리움'도 들렸는데 진펄의 방언인 ‘진틀’과 공간을 뜻하는 ‘arium(리움)’의 합성어로 습지에 사는 식물들의 공간이란다.
다음 코스는 거제 역사의 발원지라는 둔덕면에 있는 둔덕기성(屯德岐城)을 방문했다. 우봉산의 지봉(해발 326m)에 위치해 있지만 우두봉 주차장이 별도 마련되어 있어 비포장도로가 섞여 있지만 접근성은 좋다.
둔덕기성에 올라가는 동안 소나무 군락과 규모가 큰 성곽에 놀랐고 서문지 쪽에서 보이는 통영이 너무 가깝게 보이는 풍경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동안 거제에서 올라간 성 중 최고였다.
성의 전체 규모는 남북 길이 약 200m, 동서 너비 약 125m로 산성의 전체 둘레는 약 526m이다. 7세기 신라시대 축조하여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사용했는데 고려시대 의종이 정중부의 난으로 폐위된 뒤 이곳에 머물렀다고 ‘폐왕성’이라고 붙여졌다.
거제는 남해처럼 조금만 올라가면 사방이 시원한 바다풍경이라 좋고 오늘처럼 숨은 명소를 발견하면 더 기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곳을 방문한 동안 등산객 딱 1명만 마주쳤다. 청마생가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올라왔다고 한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청마 유치환 생가와 기념관에 들려 유치환 시인의 생애와 시를 감상했다. 젊은 시절 연애편지에 많이 인용했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라고 시작하는 '행복'이란 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마 기념관에 둘러보다 유치환 시인 막내 동생뻘인 김춘수 시인과 친하게 지낸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시작하는 '꽃'이란 시도 연애편지에 많이 썼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점심은 때가 좀 늦어 인근 식당에서 그동안 강행군에 영양보충을 위해서 제육정식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사장님도 너무 친절해서 거제 사람이 아니죠 물었더니 포천인데 아내 고향에 정착했다고 한다. 거제에서 제일 친절한 식당 사장님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이어서 아내의 카페투어로 꽃밭이 많고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아름다운 카페에 들러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잔 했다.
숙소로 돌아오다 시장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제철과일인 대봉홍시를 사서 숙소로 들아왔다. 이렇게 오늘도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며 알찬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