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보름살이 (5)

인간의 힘은 위대하다

by 촌개구리

거제 보름살이 다섯째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거제를 벗어나 난생처음 거가대교를 건너 경남 진해시 용원동에 위치한 용원 cc를 다녀왔다.


제주를 비롯해 지방살이 할 때마다 그 지역 골프장을 찾아 부부 조인해서 아내와 함께 골프를 즐기는 것도 빠질 수 없는 행사다.


거제에는 '거제뷰'와 '드비치' 두 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조인이 번번이 빗나가 할 수없이 인근지역까지 넓혀 조인하게 되었다.


6시 52분 티오프 40분 전 여명이 밝아오는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는데 바람도 불고 쌀쌀해 바람막이와 넥워머까지 장착해 스타트하우스로 나갔다.


오늘 호스트인 부산에서 오신 50대 부부와 반갑게 인사하고 백구코스로 출발했는데 34년 된 골프장답게 나무도 울창하고 페어웨이도 넓은 데다 투그린을 사용해서 그런지 잔디상태도 좋았다. 그린스피드 2.4라고 했지만 실제는 2.7~8 정도로 빨라 3 퍼트로 신고하며 적응해 나갔다.

후반 백로코스에 들어서니 바람도 잠잠해지고 따듯해져 바람막이를 벗고 스윙을 하니 플레이도 살아났다. 용원 cc는 설계 시 자연적인 지형을 그대로 살렸다고 하는데 대부분 평평하고 넓어 편안한 골프장이다. 오늘도 매너 좋은 부부를 만나 서로 굿샷, 나이스퍼트를 외치며 화창한 날씨에 즐겁게 라운드를 마쳤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동반자로 만나 반나절 이상 함께 운동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골프 밖에 없지 않을까? 티샷 후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방 어색함도 사라지고 헤어질 때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조인은 깔끔해서 나름 매력 있다.


점심은 오후에 방문하기로 한 '매미성'인근 맛집에 들어서니 손님들이 많아 놀랐다. '생아구불고기정식'을 시켜서 먹었는데 거제 와서 먹은 것 중 최고라고 아내는 엄지 척했다.

이어서 거제의 핫플로 떠오른 매미성을 방문했는데 관광객들이 북적거려 모처럼 관광하는 맛이 났다. 금요일이고 인기 좋은 관광지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하여튼 오래간만에 복잡해서 좋았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땅주인이 태풍으로 농지가 유실된 후,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하나하나 쌓고 그 사이를 시멘트로 메워가며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성을 만들어 올렸다.


그렇게 탄생한 매미성은 마치 유럽의 중세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외형을 갖게 되었고 거가대교가 보이는 바닷가를 마주하고 있어 지금은 거제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곳곳이 다 포토존이라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우리도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 올라가 커피 한잔 하며 인생샷도 찍었다.

매미성을 나오며 브라질 여행 중 인상 깊었던 '세라론의 계단'이 생각났다. 칠레 예술가인 세라론이 다양한 색깔의 타일을 이용해 총 215개의 계단에 2,000여 개의 타일로 자신에게 피난처가 되어주었던 브라질에 감사의 표시로 시작한 알록달록 한 타일 작품이 1990년 시작해 2000년대 초반 리우의 명물로 떠오르면서 관광명소가 되었다.


매미성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백순삼 씨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지금은 주변 상권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거제로 사람을 오게 만들었으니 신의 한 수 아닐까... 오늘 처음 본 거가대교, 매미성을 만든 인간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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