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보름살이(4)

사람이 없다

by 촌개구리

오늘도 몽돌 구르는 파도소리와 함께 아침 루틴인 따듯한 물 한잔과 사과 한 개를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은 어제 카페에서 사 온 빵과 우유, 삶은 계란, 홍시 하나로 간단하게 먹고 10시에 숙소를 나섰다. 오늘도 숙소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했다.


첫 번째 방문한 곳은 '산촌습지생태공원'으로 초기에는 갯벌 형태의 연안습지였으나 방조제 축조로 인해 간척지 습지 형태로 변화했는데 수달, 살쾡이, 황조롱이, 솔개, 두루미, 재첩, 붕어, 송사리, 고라니, 너구리, 도롱뇽 등 여러 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갈대숲 사이로 데크길이 있어 어린이 관찰수업을 하기 좋다고 생각했고 습지를 한 바퀴 도는데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코스는 거제면에 있는 거제 기성관(보물)을

방문했다. 기성관은 조선전기 거제현령이 행정·군사의 업무를 보았던 건물로 이 건물은 단청이 화려하고 여느 관아 건물과 달리 ‘ㄷ’ 자형으로 조성된 특이한 관아 건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어서 인근에 있는 반곡서원과 세진암에 잠시 들려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반곡서원은 우암 송시열선생이 1679년(숙종 5년) 거제도로 귀향을 왔을 때 머물렀던 곳에 세워진 서원이라고 한다.

반곡서원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세진암은 1902년에 창건된 사찰로 목조삼존불이 있는 대웅전과 삼성각을 둘러보고 내려왔다. 여행지마다 사찰 탐방을 꼭 하는데 경내를 걷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힐링이 되어 좋아한다.

오늘은 거제에 입도한 이후 날씨가 가장 화창했고

한 낮은 약간 더운 듯했다. 그런데 어제 노자산 등산할 때도 느꼈지만 오늘도 관광지와 유적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우리 부부는 복잡하지 않고 조용해서 좋지만 주변 상권이 침체될까 걱정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고 아내도 똑같이 느꼈다고 한다. 단풍철이 되면 관광객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희망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뒷산으로 이어진 역사문화숲길로 들어섰다.

임도로 천천히 숲길로 올라가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옥산성에 도착했다. 거제는 조그만 산에만 올라도 바다가 보이는 풍광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섬 여행의 최대 장점이다.

옥산성은 거제읍 동산리 수정봉 정상에 쌓은 산성으로, 높이 4.7m, 둘레 778.5m이다. 수정같이 솟아있어 '수정봉성'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조선 고종 10년(1873)에 축조된 성으로 동·서·남·북 4개의 문이 있고, 성안에는 우물이 있으며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이후 축성기록이 없어 사실상 조선의 마지막 산성으로 불린다.

전망대에 올랐는데 역시 아무도 없다. 전망대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싸가지고 온 간식을 먹다 보니 배산임수다. 뒤에는 계룡산. 앞에는 산달도, 한산도, 추봉도가 보이는 거제 바다가 펼쳐진 기가 막힌 명당이다.

한참을 놀다 내려오다 보니 마을에 전원주택이 많은 것을 보니 살기 좋은 동네가 확실하다. 점심은 인근 맛집을 찾아 장어탕을 먹었는데 방아향이 살짝 나는 게 별미다. 밑반찬도 다 깔끔하고 맛있고 친절한 주인아줌마가 숭늉까지 서비스로 주는데 또 가고 싶은 식당이다.

거제읍내 시장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홍시를 사서 숙소로 돌아오며 동부저수지와 흑진주 몽돌해변 벤치에 앉아 돌 구르는 파도소리에 잠시 힐링하고 돌아왔다. 오늘도 12,000보 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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