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개구리의 삶 (55)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다

by 촌개구리

어렸을 때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정작 어제 점심에 뭘 먹었는지는 가물가물한 경험은 누구나 나이 들며 자주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에는 심리학적이나 뇌과학적으로 몇 가지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강렬한 첫 경험'처럼 ​우리 뇌는 감정이 실린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데 예를 들어 어릴 때 처음 본 바다, 처음 느낀 이성애, 처음 겪은 공포 등이 뇌에 매우 강한 자극을 남긴다고 한다.


​보통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기억을 가장 선명하게 유지하는데 이 시기는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지는 시기라, 우리 뇌가 이 시기의 기억들을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핵심 데이터'로 저장해 두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어릴 때는 뇌의 도화지가 깨끗해서 들어오는 정보를 그대로 흡수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미 너무 많은 정보가 쌓여 과부하를 막기 위해 새로운 정보보다는 기존의 틀에 맞춰 정보를 요약해서 뇌에 저장하고 일상처럼 반복되는 패턴은 '중요하지 않은 정보'로 분류해 삭제해 버리므로 최근의 일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손글씨로 일기를 쓰고 탁상용 다이어리와 스마트폰 캘린더에 일정을 기록하고 중요한 내용은 메모장에 자세히 기록해 필요할 때 꺼내보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된다.


이처럼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소중한 추억이 그냥 묻히고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 5년 전부터 해를 마무리하며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일 년간 우리 집에서 발생한 일을 요약정리해 '10대 뉴스'를 선정해 가족밴드와 가족방에 공지한다. 가족 모두 좋아하고 세월이 흘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내 맘대로 '2025년 우리 집 10대 뉴스'를 선정하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세계뉴스와는 비교대상이 안되지만 우리 집도 올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2025 우리 집 10대 뉴스

1위는 거제보름살이

2위는 큰딸 골프입문, 첫 필드라운딩

3위는 나의 눈수술

...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앞으로도 소중한 우리 집 역사인 10대 뉴스만큼은 기록을 통해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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