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나와 원신으로 보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중요성
여러 이성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든 영화이든 한 남자 또는 여성을 두고 여러 이성들이 경쟁하는 스토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관객들도 그것이 논픽션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런 장르가 주는 특정 재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몰입해서 이런 장르를 보는데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장르를 두고 하렘물이라고 하죠. 원래 하렘이라는 말은 이슬람 사회의 부인들이 거처하는 방을 가리키는 단어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일반 남자의 출입이 금지된 곳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후 유럽인들에게 그 의미가 왜곡되어, 수많은 여성들이 한 명의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되어 콘텐츠 장르를 특징짓는 데에 까지 사용되게 되었죠.
장르적 거부감이 조금 있을 수 있으나, 오늘은 이런 장르의 특징을 현재 모바일 게임에서 유행하는 장르인 수집형 RPG 장르와 연관 지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네이버의 하렘 웹툰 : 이두나!
이두나는 과거 아이돌이었던 이두나가, 가수를 그만두고 어느 자취집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이두나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남자 주인공 원준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평범한 대학생 그 자체인 원준을 둘러싸고, 여러 여자 주인공들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데요. 경쟁하는 주인공들이 각각 개성이 있어 재밌습니다.
이두나라는 웹툰에서는 3명의 여성이 원준을 두고 경쟁합니다. 같은 학원을 다녔던 원준의 1살 누나, 진주. 원준과 같은 대학 학생으로, 미팅 자리에서 원준을 처음 마주하는 최이라. 마지막으로 아이돌 출신이자 완전 자기 페이스로 상대를 주도하는 이두나까지. 이 세 인물의 캐릭터 성이 겹치지 않고 각자의 서사를 지니고 있어 캐릭터를 알아가는 맛이 있습니다.
또한, 어중간한 썸 단계를 세 명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연애의 꽁기 꽁기함을 느끼게 합니다. 과연 누구와 이어질 것인가, 그리고 썸의 묘사에서 만약에 내가 원준이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대리 만족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씩 자기만의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원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입니다. 동시에 나는 연애 때 어땠었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요.
다양한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수집형 RPG 게임 : 원신
원신은 중국 게임 회사 미호요가 만든 오픈 월드 수집형 RPG 게임입니다. 출시 초기에는 야생의 숨결 따라한 거다라고 말이 많았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대박 게임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카피캣의 오명을 벗을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원신에는 각 지역과 세력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합니다. 리얼이라는 바위 나라의 신이라는 설정을 지닌 종려. 몬드의 페보니우스 기사단을 대표하는 진. 또한 몬드에서 바람의 신으로 등장하는 벤티 등. 각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 외관적 특징까지 섬세하게 디자인되어있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런 섬세한 디자인은, 마치 하렘 웹툰의 등장인물 설계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 캐릭터가 놓여있는지 / 캐릭터 간의 관계는 어떠한지 / 캐릭터를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기획하고 여러 퀘스트와 스토리 진행을 통해 하나하나 차분히 보여줍니다. 원신이 20년 9월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30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던 이유도, 한 번에 모든 것을 쏟아내지 않고 천천히 캐릭터들이 서사를 구축해나갔기 때문입니다.
또한 캐릭터들을 획득한 이후, 그 캐릭터들과 모험을 떠나는 과정에서 마치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캐릭터와 같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나간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미호요의 탁월함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렘 애니나 웹툰에서 특히 후유증을 겪는 사람이 많죠. 그 이유는 만화를 보는 동안 독자가 아닌 그 만화 세계의 주민으로서 살아갔기 때문입니다. 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기간에만 오픈되는 이벤트 지역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한정된 시간 안에서,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 공간 속에서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게끔 합니다. 이벤트 기간이 끝나면 다시는 열리지 않기에, 게이머가 '아 그때 그거 정말 좋았지'라고 자연스럽게 추억하게 만들죠.
매력적인 캐릭터와 보내는 특별한 시간들.
원신이 게이머들에게 준 것은 단순히 캐릭터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이런 특별한 추억이었기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이든 게임이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건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이번 포스팅을 통해 한 번쯤 내가 어떤 캐릭터들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그 캐릭터들을 왜 좋아했는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가만 생각해보면 그 캐릭터들의 공통된 구조가 보일 지도 모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