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병원에서 그려지는 신선한 이야기, <보듬보듬>
성별 선입견을 뒤집는 웹툰은 보통 볼만하다. 왜냐하면 이질적인 것을 결합해 두어 신선하니깐.
예를 들어, 피부관리에 신경 쓰며 말투도 사근사근한 남성 캐릭터 (물론 요즘에는 많이 존재하고 있지만)를 보고 있으면, '오 이 주인공은 어떻게 서사를 풀어나갈까'라는 호기심이 들어서 웹툰에 집중하게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보듬보듬>이라는 웹툰은, 이런 신선함을 주는 것에 플러스, 내가 좋아하는 병원을 배경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사람들의 히스토리가 많이 묻어나는 공간이기도 한 병원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한 번 같이 살펴보자.
1. 도망치는 남자 간호사
주인공인 남자 간호사 한새는, 서울 대학 병원에서 도망쳤다. 흔히들 알고 있는 빡센 업무 환경과 엄격한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견뎌내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것이지, 일반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살인적인 스케줄이 맞으니깐.
병원을 그만둔 뒤, 고향으로 돌아온 한새는 우연히 환자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초이라는 동네 의사를 마주한다. 강초이는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여의사로, 강단 있고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실력 있는 의사다. 책임감도 강해서,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보이면 기꺼이 나선다.
한새와 강초이가 얽히게 된 것은, 한새의 할머니 때문이다. 한새의 할머니는 오랜 시간 동안 병을 앓고 있었고, 그 주치의가 강초이였다. 이제는 할머니 곁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한새는 강초이 의원에 이력서를 들고 가고, 강초이는 한 달간 한새를 테스트하고자 한다.
2. 이질적인 포인트
남녀의 특징적인 행동들을 허문 것이 신선했다. 병원 나이트 근무가 바이오리듬을 흩트린다고 말하는 한새, 그리고 피부관리에 신경 쓰라며 엄마에게 화장품 개수가 적다고 말하는 것까지 신선했다. 그런데 뭐랄까, 조금 과장된 느낌도 사실 들었다.
그럼 강초이는 엄청 우락부락한 성격 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차분하고 리더십 있고 멋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남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새도 어느 정도 선 안에서 묘사되었다면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과, 그렇다면 만화에 포인트가 없었을까라는 스스로의 생각이 50:50으로 왔다 갔다 한다.
3. 따뜻함과 청춘 공감
동네 의원이라는 포인트가 좋다. 개인적으로도, 할머니 주인공 웹툰 / 동네에서 일어나는 마을 사람들의 에피소드 이런 특징을 지닌 웹툰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웹툰은 자칫 억지 감동이나 늘어진다는 단점도 지닌다. 이걸 젊은 남녀를 중심에 두어 텐션을 잡으려는 시도가 좋다.
러브라인 말고도, 젊은 청춘이라는 의미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 / 섣부른 행동들 등이라고 할 수 있는 '똥 싸지르는' 일개의 행동들이 웹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하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