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나가주라~

#1. 퇴치 작업

by 느루

덜컹~


방금 고양이 가 내려앉은 소리가 들린다. 드레스 룸 위 천장과 지붕 사이 공간에 침입했다.




추석 연휴가 오기 전 고양이 퇴치제를 구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평화적인 해결 방법은 고양이가 싫어하는 향으로 더 이상 못 오게 하는 것이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향으로 고양이가 들어가는 입구에 뚜껑을 열어두고 지켜봤다. 가장 인도적인 방법이고 아무리 길냥이 지만 애기까지 있는 어미 냥이라서 더 가혹하게는 나도 못하겠다.


고양이 퇴치제가 나와 고양이의 아름다운 이별의 선물이었으면 좋았겠지만 , 인연이 질긴 것 같다. 어젯밤에 퇴치제를 입구 안에 놓고 오늘 아침에 고양이 어미랑 옥상에서 아이컨택을 했다. 내가 겁을 줘도 유유히 엉덩이를 실룩거리면 걷는 뒷모습을 나에게 보여줬다. 퇴치제가 답이 아닌 것 같다.


혹시 몰라서 2개를 사서 한 개는 쟁여났는데 마저 하나 더 뜯어야겠다. 후각에 민감한 고양이가 아니었나? 이거 마저도 무너지면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봐야 되는데 벌써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내가 고양이 집을 마련해주고 먹이도 주면서 오손도손 아기 냥이 들이랑 공생하는 글로 마무리를 지으면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결말 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천장 긁는 소리 , 우는소리 , 지붕 위를 걷는 소리 , 나중에 한번 글은 쓰겠지만 좁은 마당에 나 여기 산다고 배설물로 표시하는 것 등등 누구나 원하는 결말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뜬금없긴 한데 동물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다. 아주 비인간적인 퇴치 방법을 실행할 만큼 대담함 사람도 아니고 그 방법도 모른다.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너무 고민이다. 고양이가 있음에 좋은 점을 찾아봐야 되는 건가?


혹시 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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