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루 Sep 14. 2021

노랑머리 외국인 친구

Jon

총 두 번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시작할 때 , 그리고 또 한 번은 2009년 인걸로 기억을 한다.


2006년도는 나 혼자 6개월 정도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내 인생의 리즈시절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은 경험과 추억을 만든 시기였다.


영어도 못하고 믿을 건 몸 밖에 없는 나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우리로 치면 시골 같은 곳에서 일을 한다. 농장이라고 하는데 , 여러 가지 과일, 채소 등을 따거나 포장하는 한마디로 욕이 나오는 힘든 노동이다.


지금 되돌아보면 지역 이름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Childers”라고 하는 동네가 기억에 제일 남는다.



누가 봐도 북유럽 쪽에서 온 것 같은 노란 머리를 한 한 외국인 친구를 알게 되었다. 농장일이 보통 아침 일찍 출근하고 이른 오후에 끝이 나기 때문에 오후에 휴식을 취하고 시간이 많이 남는다.


그때는 영어를 잘하고 싶은 열정아 많아서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아주 짧은 영어로 어떻게든 대화를 붙이곤 했다.

차마 얼굴은 공개가…

왼쪽은 Jon이고 (나는 존이라고 불렀는데 욘이라고 부르는 거였음) , 오른쪽은 Matt 이였다. 이렇게 3명이서 도미토리에서 지냈다.


Jon 은 스웨덴 , Matt는 아일랜드


팔뚝에 T64는 방 번호였다. 나름 저 때는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말도 안 되는 영어를 하면서 재미있게 놀 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항상 금요일 저녁이면 T.G.I.F라고 어디서 맥주를 그렇게 사 오는지 밤새도록 마셨다. 맥주와 더불어 봉지 와인도 자주 마셨다.


특히 Jon 이랑 나이도 똑같아서 금방 친해질  있었다.  날은  스웨덴 말을 여자에게 말하면 정말 좋아할 거라고 하면서  단어를 알려줘서 줬다. 그때 마침 스웨덴 여자가 있어서  말을 했는데 


뭐지? 얘는?  


이런 표정을 으로 나를 봤다.


그 단어의 뜻이 아마 “ 나는 변태다 “ 뭐 그런 종류의 말이었다. 순수한 건지 짓궂은 건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추억이 있었다.



숙소에 있다 보면 한국사람들끼리 말도 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특공대로 지내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 특공대로 지내고 싶었지만(영어 때문에) 그게 참 어려웠다. 영어가 짧으니 도움을 받아야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미리 경험을 한 한국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날은 Jon 이 나한테


“혹시 lima 랑 친하냐?라고 물었다.


lima는 그 숙소에 있던 한국 여자였다. 나는 친한 건 아니고 같은 한국사람이라서 대화는 몇 번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Jon 은 그렇냐면서 “나 lima 좋아하는데 대신 말해줄 수 있냐” 고 물었다.


나는 Jon 이랑 친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때는 좀 의심을 했다.


“아시아 여자라고 쉽게 보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Jon 만의 외국인답지 않은 순박함이 있어서 큰일 있겠나 싶어서 Jon의 마음을 대신 전달해줬다.


마음을 전달한 이후 내 걱정과는 달리 우리 방에서 둘이 손잡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봤다. 둘이 서로 이미 좋아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둘은 사랑을 키워 갔고


결혼까지 했고, 해피엔딩이 아니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결혼식 할 때 다음날이 하필 해외출장이라서 가지를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지금은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를 그래도 특별하게 생각을 해주는지 한국에 올 때마다 만났고 우리 집에도 친구들을 초대해서 저녁도 같이 먹었었다.


이게 벌써 2년 전이구나..



농담 식으로 Jon 한테 “내가 너희 둘을 결혼시켰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지분이 조금 있다면 한 2%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첫 노랑머리 외국인 친구 Jon을 보러 언젠가는 스웨덴을 한번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미와 베짱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