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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 Aug 26. 2022

심심한 사과는 심심해서 하는 사과가 아니다.

훈장님 훈화

요즘 와이프 출장에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출장을 자주 나가는 직업이고 특히 경남 쪽을 담당하고 있어서

장거리로 대구에서 하동까지 가는 일정도 있다.


내가 휴직 중일 때만이라도 장거리 출장을 편하게 하라고 왕복 운전을 내가 대신해주고 있다. 운전을 하면서

이렇게 먼 길을 혼자 왔다 갔다 하는 생각 하면 너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장거리 출장은 새벽 5시에도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억지로 부지런해진다. 만약 안 따라갔으면 침대에서 뒹굴뒹굴했을 텐데 매니저 역할을 하면 일찍 일어나게 되고 와이프 일 기다리면서 카페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와이프랑 아침 일찍 일어나서 비봉 사몽 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해서 라디오를 종종 듣는다. 아침이라서 대부분 뉴스 라디오 방송이 많은데 한 날은 한 아나운서가 요즘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언급을 했다.


내용인즉슨


-서울 한 카페에서 웹툰 작가 사인회 계획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생겨서 공식 sns 계정에 사과문 올렸다.

-사과문 중에 "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뉴

-문장 중에 "심심한" 이 단어가 일부 네티즌들을 잘못 받아들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 심심하다는 말이 왜 나오냐? , 꼭 저런 표현을 써야 되나?

-"심심한 사과"가 sns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실질 문맹률에 대한 화두고 안기고 있다

아나운서의 이 이슈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멍~을 때리게 되었다. 물론 나도 솔직히 "심심한"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은 모른다. 정부 고위 관료나 유명인 등등 공개적으로 사과를 할 때 서면이나 인터뷰 상에서 "심심한" 단어를 종종 보거나 들어서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는 있었다.


와이프도 요즘 진짜 이 문해력과 어휘력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지는 하고 있었다. 왜냐면 고등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오면 확실히 느낀다고 했었다.


물론 심심한 단어를 쓰지 않고 쉬운 말도 충분히 쓸 수가 있다. 그리고 저 단어를 몰라도 세상 사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이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일련의 불편한 점에 대해 사과를 하는데 심심한 단어의 의미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의미로 쓸 수가 있을까?


그중에 몇 명이라도 그 단어에 대해 의미를 찾아봤더라면 그렇게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은 한다. 옛날 사람처럼 두꺼운 사전을 찾으라는 것도 아니고 몇 변만 클릭을 하면 의미를 쉽게 알 수가 있는데..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난 뒤에 맞춤법 검사를 하면 항상 고쳐야 될 단어가 30개 이상은 나온다. 생각을 하면서 띄어쓰기 맞춤법을 생각을 하면서 쓰는데도 저 정도 숫자가 나오는 거 보면 나도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댓글을 단 사람들을 까는 게 아니라 언어 실력에 대해 남을 깔만큼 나의 국어 실력도 소름 끼치게 좋지 않다. 나도 몇 달 전 우체국에서 숨은 보험금 같은 돈을 찾으라고 연락이 와서 직접 창구에 가서 돈을 찾았다. 서류에 단어를 직접 적어야 되는데 이게 맞나 싶고, 너무 헷갈려하는 모습에 직원분이 친절히 설명을 해줘서 문제없이 해결은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소름이 끼친다.


왜 저 단어를 모르지?라는 생각보다는 어휘, 문장 , 문해력은 우리가 다 아는 글에서 시작을 한다고 생각을 해서 이제는 휴대폰보다는 책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우리가 지겹도록 듣는 말 중에 하나가 OECD 나라 중에서 책을 많이 안 읽는 나라 중에 하나라는 말.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책 읽는 사람들은 손에 꼽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왠지 그런 분위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책을 더 읽고 싶어 진다.


관종인데 관심받고 싶지 않은 관종?


나는 어휘력, 문해력도 좋고 많은 단어를 알고 있다.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읽고 있다고 쓰는 글이 아니라 그렇게 되고 하고 이 글을 쓴다. 나도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유튜브를 보거나 인스타를 보면서 글이 아닌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내 시간을 소비할 것이다.


하지만 책에 대한 끈은 절대 놓지 않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에 대한 노출은 지속적으로 앞을 향해 가겠지만 , 이 글쓰기나 책 읽기 만큼은 역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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