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13화 바다

by 김목화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저의 외가는 부산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부산에 오게 되었지만, 여행이 그렇게 마냥 쉽지는 않더군요. 예쁜 옷도, 그럴싸한 계획도 없이 무작정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멘탈이 붕괴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자유여행을 선언하며 "무계획으로 가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 저는 무계획이 잘 맞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한 시간, 한 시간이 괴로웠습니다. 좋은 점을 꼽고 싶지만, 지금 떠올려 보면 얼렁뚱땅 진행된 여행기 같네요.


이 여행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하자면 조금 복잡합니다. 여러 상황이 꼬이면서 당일치기로 계획했던 여행이 1박 2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광안리로 향하다

부산역에서 광안리 해수욕장까지는 버스로 약 30~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도착한 광안리. 도착하자마자 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더군요. 어쩌면, 그 순간부터 제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친구가 광안리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걸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모래사장에서 ", 모래다! , 조개껍데기! , 파도!" 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본 후에는 '이제 해야 하지?' 싶어 막막해졌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친구가 추천해 준 문화공간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공황이 와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들어갈 없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아니, 혼자 여행하겠다며 부산까지 왔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것조차 한다고?' 이미 만 보(步) 넘게 걸어 다닌 상태였고, 지쳐 있었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다행히 바로 옆에 방파제가 있어서 수변공원 쪽 계단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펑펑까지는 아니지만,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와 친구의 연락 덕분에 겨우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지만, 마음이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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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낯선 환경에서

그때의 제 상태를 조금 더 설명하자면, 완전히 낯선 환경 속에 혼자 던져진 느낌이었습니다. 주변은 모르는 사람들뿐이었고, 친구도 저를 직접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강한 바닷바람에 손이 부르텄고, 이미 2만 보 넘게 걸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돈이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원래 혼밥의 제왕인 저조차 낯선 곳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 게 쉽지 않더군요. 몸은 점점 지쳐갔고, 발도 아파왔습니다.


친구는 계속 "밥부터 먹어!" 라고 했지만, 도저히 식사를 할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원래 당일치기로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광안리 → 부산역 → 서울역 → 집으로 가는 기차표를 이미 끊어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걸 감당할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1박 2일

결국, 어쩔 수 없이 숙소를 구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당일 예약이라 원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레지던스 호텔을 찾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수변공원에서 반대 방향으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친구는 걱정했지만 직접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저는 무작정 걸어 숙소로 향했습니다.

이 몇 문장 안에는 저의 복잡한 심정과 스트레스, 압박감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체력적으로는 크게 힘들지 않았는지, 숙소에 도착해서도 쉽게 잠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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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이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제가 지금껏 여행을 너무 편하게 해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항상 부모님이나 동생이 계획을 세워주었고, 저는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 모든 선택과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배고파?"

"밥 먹으러 갈래?"

"좀 쉴까?"


이렇게 물어봐 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광안리 지리를 완전히 익혀서 재밌게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광안리에는 돈을 쓰지 않고 머물 있는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지금은 펑펑 돈을 쓰면서 즐기고 있습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