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12화 바다가 들려

by 김목화

2025년 3월 6일 오전 7:46

바다가 보고 싶어요. 요즘 너무 바다가 보고 싶네요.

‘최근에 어떻게 지냈냐면’으로 시작하는 말은 쉽게 쓸 수 있겠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와글거리고 저는 그냥 모래사장 근처 계단같은 곳에 앉아서 멍때리고 싶네요. 꼭 지나가는 사람은 저를 하나도 신경쓰지 않아야하고, 저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무릎을 안고 그냥 초점없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싶어요. 바닷가의 짠내와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오면 저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다시 앉아서 해가 지도록, 그래서 음- 걱정같은 것도 다 지도록 그렇게 가만히 있고 싶어요.

저는 어렸을때 부산이 외가여서 물에서 살아남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받았어요. 튜브에 태워져서 바다 멀리에 퍽- 던져지면 살아남는 훈련이요. 부산 정예 물개가 되기 위한 그 치밀한 훈련은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 특급 훈련이랍니다. 아마 바닷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다 그런 일들을 겪었겠죠.


저는 최근에 마음이 많이 바빴어요. 너무 행복한 게 이상하도록 잘지냈는데 사람이 머릿속에 들어오니 다시 불면이 오더라고요. 바다가 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이 없는 사람이 보고 싶어요. 그래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면 오빠가 다시 불어올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7년전에 눈물이 마를만큼 울었던 것 같은데 눈물은 아주 많이 남아있더라고요.

어제는 상담을 다녀왔어요. 그래서 여러가지를 이야기했지만 누군가의 죽음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죠. 상담선생님은 저에게 생각나면 애도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나중에 적은 메모는 이렇게 쓰여있네요.

갑자기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서 무뎌지는 게 아니라 기억나면 애도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오빠가 사라진 후로 꿈이 없어진게 아니라 오빠를 생각하면서 꿈을 이루어야겠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 너무 괴롭다. 거짓말처럼 봄이 오듯 다시 돌아와주면 안될까. 오빠는 뭘로 다시 태어났어? 모든 생명에게 다정해야겠다. 그게 오빠일지도 모르겠다.’

저는 불교식 세계관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오빠가 다시 무언가로 태어났을 거라고 믿어요. 풀잎에게 다정하면 될까요? 그건 자기 만족이겠지만 아무렴 좋겠죠.


바다에 대한 노래 중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어요. 레드벨벳의 <바다가 들려> 라는 곡인데 가사가 참 좋답니다. 그 중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지금 어딘가에
너도 나처럼 느끼고 있을까
다시 하늘 한쪽 색이
변하던 그 새벽까지
나누던 너와 나의 소소한 얘기
여름이 들린다
파도 소리와 너의 목소리
별보다 더욱 반짝이던
깊고 까만 너의 두 눈
한낮의 해를 닮은 너의 마음
전부 다 이 계절이 품은 이야기

여름이 그리워지는 걸보니 여름이 올때가 얼마 남지 않았나봐요. 여러분 저는 바다 보고 올거에요.

다음주 편지에서는 제가 바다를 보고왔다는 말을 전할게요. 꼭꼭- 약속할게요.

제가 사는 도시는 아무렴 초등학교부터 살았지만 정말 정이 없어요. 그나마 정이 느껴지는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인데 교육열 과열 도시라서 그 이면은 쉽지 않네요. 바다에 가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요. 오히려 다시 같은 곳에 돌아오면 더 허망함만 크겠죠. 그래도 그냥 갔다 왔다는 만족감이 클 것 같아요. 되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니까요.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