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15화 연애담 1

by 김목화

연애담: 연애 과정에 대한 이야기.

2025년 3월 17일 오후 5:12

오늘은 연애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저는 연애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새해가 될때 즈음에 마지막 통화를 했네요. 이 글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별로 상관없습니다. 저는 당신이 없어서 잘지내기도, 잘지내지 않기도 하니까요. 전 연인에 대한 편지는 아닙니다. 연애라는 이상한 메커니즘에 대한 저의 생각, 짧은 견해 정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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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저히 연애라는 인간의 행위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꽤나 위험해보이는 말이지만 큰 이야기는 아닙니다. 왜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처럼 애정을 퍼붓다가, 금세 마음이 식고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처럼 굴게 되는 걸까요? 그게 왜 그렇게 흘러가는 걸까요?

어떤 이들은 이러한 연애 (대부분 이성애에 기반하여.)를 역할극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축하고 흔한 연애 상담 유투버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반화하기에는 우리의 감정과 추억은 조금 더 복잡다단한 것 같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비유할때 ‘페이스트리처럼 여러 겹의 레이어를 가졌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연애가 그런 것 같습니다. 연애는 단순한 흑백 논리가 아니라, 겹겹이 쌓인 감정과 경험의 조각들이니까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인 것처럼 어떠한 ‘경향성’을 띄기도 하지만, 사실 당사자가 아니면 모릅니다. 특히 친구의 연애담을 들을 때 제일 재밌기도 하면서, 제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연애의 과정은 당사자들이 합의한 어떠한 맥락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약속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합의한 약속이 잘 지켜져야하겠지만, 사실 연인들끼리도 본인들이 합의한 약속에 관해서 잘 모릅니다. 가상의 대화를 나열해볼게요.

“케이크 사기로 약속한 줄 알았는데,, 너는 왜 안 샀어?”
“아니, 난 그런 약속 한 적 없다고. 그리고 케이크 하나 안 샀다고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넌 진짜 네 생각밖에 안 하는구나.”
“아니, 네가 과민반응하는 거겠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그렇게 몰라? 지금 케이크 얘기를 하는게 아니잖아.”
“지금 케이크 얘기를 하는 게 아니면 뭔데?”


이런 대화 하나로도 연인들은 헤어지기도 하죠.. 그러니까 저는 연애를 하는 메커니즘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도 합니다.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다시는 닿을 수 없는 누군가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항상 이별 뒤에 가장 힘들었을때는 저에게 정말 좋은 일이 생기거나 혹은 반대로 많이 힘든 일이 생겼을 때였습니다. 그럴때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에 허망해했죠.

어쩌면 가족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 사라졌을 때, 그 공허함은 죽음과 비슷했어요. 공허함을 견디기 위해 애써봤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네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이제는 미워해야 할 존재가 되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다시 사랑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결국 ‘자니?’라는 밈을 만들었겠죠.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제가 연애라는 과정을 소화하기 힘든 이유는, 그 과정에서 딸려오는 이별이나 거절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연애를 할 때 굉장히 미숙하게 ‘좋지 않은’ 감정에 대해서 부정하려고 했습니다. 이는 일상적이지 않죠. 인생과 일상은 좋기도 좋지 않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저도 연애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연애라는 과정은 매우 특수하고 우리는 그 관계의 정의 여부와 관련없이 헤어짐을 힘들어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평생 이별을 한 이유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이러한 메커니즘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요? 씁쓸하게도, 우리는 영원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영원한 이별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조심스레 여러분과의 영원을 약속해볼게요. 오늘도, 내일도 사랑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