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22화 잠

by 김목화

2025년 4월 24일 오전 7:29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나요? 잘 자고 일어났나요?”

이 말은 저에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문득 잘 자고 일어나서 들었던 생각이 바로

‘나에게 최대치의 애정이 어린 말 혹은 애정 표현이 무엇인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연히 여러 가지 말이 있겠지만, 상대방을 근본적으로 걱정하고 염려하고 생각하는 따뜻한 말은 그 사람이 잘 잤는지 묻는 말이었어요.


이 말인즉슨 잘 지내는지와도 연결이 되어있으니까요.


오랫동안 병원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질 좋은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어요. 가수 아이유 님이 하셨던 말 중에 다른 사람의 잠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마음인지의 뉘앙스의 말도 생각났어요. 자연스럽게 <밤 편지>라는 곡도 생각났고요.




잠을 잘 주무시는 편이신가요?

저는 최근 1년간을 기준으로 보면 잠을 정말 잘 자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는 새벽 5시 40분 정도에 일어나서 오후 10시쯤 잤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나고, 새벽 1시 정도에 자는 것 같아요. 지금도 눈이 좀 깜빡깜빡하기는 한데, 그건 조금 더 눈을 붙이면 되는 거니까요.


저는 소위 말해서 ‘예민한 편’입니다. 소리나 냄새처럼 감각적인 것에 굉장히 예민해요.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불면에 시달려왔었어요. 단순히 잠을 자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약을 처방받아서 먹을 정도로요. 잠에 들지 못하는 건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에요.


학자들이 아직도 ‘잠’에 대해서 ‘사람은 왜 잠을 자야 하는가’ 등등 여러 가지 질문에 완전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잠을 자지 못하면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여러 가지 일이 생기죠.


집중이 떨어지고, 머리가 아프고, 어쩌면 그다음 날 하루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죠. 저는 잠을 자지 못했을때 가장 힘든 점은,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점이에요.


어제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어제 면접을 보고, 탈락이라는 결과를 맞이하고, 그 외에도 결과가 나와야 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잠을 잘 자지 못했어요.


새벽 3시 넘어서 잠을 자서 8시 정도에 일어났던 것 같아요. “에이, 그 정도면 양반이지. 잠을 잘 잤네.”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잠에 많은 영향을 받는 저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일이었어요. 크리티컬,,




어제 하루 종일 멍했어요. 뭔가 다른 일 때문이기는 하지만 멍하고, 갑자기 눈물도 나고 무엇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저는 아침에 밖에 나가서 햇볕을 쬐면 행복해하는 긍정 girl인데 말이죠. 어제는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생각들이 계속 맴돌았어요.


‘왜 나는 성장하지 못하지?’ ,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내 나이의 다른 사람들은 저 정도 퀄리티의 작업을 하는데 내 작업은 왜 이렇지?’ 등등 말이죠.


최근에 아무래도 학교를 졸업한 지 2년 정도 지났고, 바로 옆의 누군가가 제 작업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어떠한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난하고 고된 싸움을 하는 것만 같아요. 제 작업에 제가 확신을 가지면서 해야 하는데, 제가 저를 인정하는 건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친구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를 계속 서포트해주는 부모님 덕분도 있겠지만, 친구들이 저의 원동력이 많이 되어주죠. 저는 친구들을 정말 엄청 많이 사랑해요. 그들은 저에게 잘 잤냐는 말을 많이 하고, 제가 괜찮은 상태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체크해주는 것 같아요. 그게 저에게는 정말이지 큰 힘이 되어주죠.




다시 잠이라는 주제로 돌아가서, 저는 오랜 시간 동안 불면을 앓아왔기에 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즉각적으로 느끼는 편이에요. 저는 그만큼 잠에 잘 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해왔는데 그중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저는 차(tea)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차를 자주 마셔요. 잠에 들지 못하면 차를 끓여서 홀짝홀짝 마시는데요. 가끔 여러 종류의 차 중에서 카페인이 들어간 차는 수면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검색을 잘 해보아야 해요.


저는 자기 전에 캐모마일 차를 주로 마셔요. 아니면 국화차나 히비스커스 같은 차요.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뜨거운 향기 나는 무언가를 조금씩 마시는 행위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달까요?


그리고 ASMR도 듣는데요. 주로 지식 채널을 틀어놓고 자요. 정확히는 책을 읽어주는 낭독 채널을 틀어놓고 자는 편이에요. 교수님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가끔은 교수님 사이버 강의를 틀어놓고 잠에 들기도 해요. (죄송합니다. 교수님.)


낭독 채널에서는 주로 삼국지나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처럼 길게 들을 수 있는 책을 들으면서 자는 편이에요. 아니면 최근에는 잠을 대체로 잘 자서 별로 듣지는 않지만, 비행기 이륙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도 해요. 이것은 제 친구가 알려준 것인데, 비행기 실제 실내 소음을 담아서 딩- 소리가 나면서 일본, 미국, 영국 등등 다양한 곳으로 떠납니다.



잠에 대해서 길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는데요.

저에게 잠을 잘 잤느냐 혹은 잠을 잘 잤으면 좋겠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처럼 들려요. 당신에게도 그런 말이 있나요? 당신을 진정으로 염려하고 걱정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담긴 말이요. 잘 잤어? 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상황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의 기억인데요.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제가 일어났을 때 엄마아빠가 동시에 있는 것은 주말뿐이었어요.


제가 느지막이 꼼지락거리면서 긴 머리가 산발이 되어 일어나면, 거실로 비척거리는 걸음걸이로 나갑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잘 잤어?”라고 물어요. 보통 어머니는 커피를 마셔요. 그리고 저는 어머니의 품을 파고들죠. 잘 잤다고 대답하면서요. 그것은 따뜻한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습관 같은 것이었어요.


이상하게 약간 멜랑콜리해지네요.

잘 주무셨나요? 잘 잤어요?

당신의 잠을 걱정하며, 잘 잤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4월 24일의 김목화 드림.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