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편지는 0화에 대한 답장입니다.
저는 이번에 제가 쓴 편지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답신을 보내려 합니다.
그곳은 겨울이죠? 여기는 여름입니다. 여름에서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받아 조금은 미적지근한 제 마음을 보내려 합니다. 눅눅하고 습하고 언젠가 비가 올 것만 같은데, 온도는 30도가 살짝 되지 않을 만큼만 덥습니다. 이번 여름은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던데, 그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 왔던 것 같군요. 저는 많은 실패를 하고 또 그만큼의 다정한 마음들과 마주했습니다. 이것은 절대 어떠한 과장이나 첨언이 아닙니다. 그저, 그런 겁니다. 저는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이야기했듯이 저는 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고 , ‘소중하다’는 마음이 들면 아뿔싸 걱정이 되려 마음을 앞섭니다. 오늘 아침은 아주 절망스러웠습니다. 굳이 ‘열심히 절망하기’를 실천하지 않아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어쩌면 제 우울함이 바닥까지 흘러서 넘쳐버릴까, 이게 다른 사람에게 닿아서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고는 친구에게 사과했습니다. 너에게 부담을 준 것 같다며 말이죠. 친구는 답장을 해주었는데 부담은 자신의 몫이고 자신은 반가운 마음이어서 괜찮다고 하더군요.
칭찬 바구니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그것을 보면 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제가 위로받을 만한 칭찬의 댓글이라든지 편지라든지 메시지를 모아서 놓은 사진 파일입니다. 아주 깊은 상태에 빠지면 그것을 들여다보고는 합니다. 그럼 저는 그 다정한 마음들에 ‘내가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구나.’하고는 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만 같아요. 시점은 아주 다르지만, 당신 또한 그렇습니다. 저는 눈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화레터 0화를 읽었고 그것에서 조그마한 감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편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저는 철저히 다른 사람이니까요.
당신은 어떠한가요? 이별의 아픔에 숨죽여 울고 계신가요? 누군가로 인해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나요? 사랑을 많이 받고 싶으신가요? 어쩌면 당신이 추측하는 저는 아무것도 이뤄낸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정확히 한 것이 있다면 당신에게서 아름다움을 목도하고 그 마음을 좀 더 지속시키려는 태도를 지닌 것이겠죠. 저는 살아있습니다.
요즘의 저에 대해서 알려드리려 합니다. 저는 음악을 개별로 듣기보다는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서 듣습니다. 공부할 때면 하우스 음악을 듣고, 이렇게 글을 쓸 때면 뉴에이지나 클래식을 듣습니다. 시끄러운 길거리를 걸을 때는 에미넴과 라디오헤드를 듣습니다. 저는 최근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아가 강해졌습니다. 당신이 힘들어하던 마감 지키기는 이제는 쉽게 합니다. 일을 용무로 하는 메일 주고받기는 좀 더 수월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씁니다. “나는 아주 힘들었어. 너는 나의 태도로 인해 힘들지 않니?”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를 아득바득 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저를 이루고 있고, 또 당신도 금세 관계를 끊는다는 말씀하셨지만, 아시잖아요. 당신은 많은 애를 쓰면서 존재한다는 것을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아가 강해졌기 때문에 ‘이것은 일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마카롱처럼 달콤한 일들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말해 오늘처럼 뭣 같은 날에도 글을 써요. 울면서도 쓰고 웃으면서도 씁니다. 그것은 제 일이니까요.
이 편지가 미래의 시간대에 있는 저에게 어떻게 닿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화법처럼 긍정적이게 끝내보려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 마음이 매우 반갑고요. 저는 저 자신이 스스로를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려니 합니다. 지금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 같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좀 한심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어떤가요. 항상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반짝임도 알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럼, 이만 편지를 마칩니다.
우리 여름도 잘 견뎌 보아요!
2025년 5월 22일 오후 3:52
목화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