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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간 계약서에 관하여

by 장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우정으로 맺어진, 직원 모두가 좋은 친구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


페이팔의 창시자이자 페이스북의 최초 외부 투자자(5.5억 투자 -> 약 4,000억원 회수)인 피터 틸은 위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그를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은 우정으로 끈끈히 뭉쳐서 페이팔을 설립하고 이후에도 이와 같은 우정을 기반으로 테슬라, 링크드인, 팰런티어, 스페이스엑스, 옐프, 유튜브, 야머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기업들을 창조하면서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모든 창업가들이 이런 아름다운 결말을 맞는 것은 아닙니다. 창업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무임승차를 하려고 할 거고, 누군가는 미리 발을 빼려고 할 것이며, 누군가는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할 것입니다. 이때 ‘우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주주간 계약서(Shareholder’s agreement)’입니다. 주주간 계약서는 말 그대로 주주 간에 특정한 권리와 의무를 약속하는 계약으로서, 그 내용은 당연히 일률적이지 않고 당사자들의 합의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주주간 계약서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설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바와 서로 간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꼼꼼하게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주주간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주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옵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리려 합니다.


1. 지분구조합의 또는 의결권 구속


첫 번째는 지분구조에 대한 합의입니다.


지분구조를 계약으로 고정시키는 것 또한 선택사항입니다만,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통해 사업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 스타트업은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상법은 회사가 법으로 정해진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는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는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소수의 주주가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효율적인 의사 결정에 좋습니다.


한편,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지분구조와 별개로 이사의 선임 및 해임 권한을 특정 주주에게 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의결권 구속 조항이라고 합니다.


2. 주식양도 제한


주주간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주식양도 제한에 관한 조항입니다. 쉽게 말하면 파운더들이 미리 발을 빼는 것을 쉽지 않게 함으로써 책임감을 부여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식양도를 제한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① 일정 기간 안에 다른 주주의 동의 없이는 주식을 일절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게 하는 방법, ②일정 기간 안에 주식을 양도하고자 할 경우 주식 전부를 다른 주주에게 매도하도록 강제하는 방법, ③주식을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먼저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부여하고 다른 주주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만 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우선매수권, Right of first refusal), ④ 어떤 주주가 주식을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주주들에게 이러한 의사를 통지하여야 하고, 이때 다른 주주들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법(동반매도권, Tag-along right) 등이 있습니다.


3. 주식매수청구권 및 주식매도청구권


다음으로 주주 간에 분쟁 발생 시 서로 간의 합의로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하여, 극단적으로 나의 주식을 상대방이 매수하게 강제하거나(주식매수청구권, Put option), 상대방의 주식을 강제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주식매도청구권, Call option)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4. 경업금지


주주가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회사의 사업과 동종 업종에 종사하거나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러한 의무를 주식을 매도한 이후에도 특정 기간동안 유지시키는 조항입니다.


5. 위약금


마지막으로 주주간 계약에 실질적인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한 위약금 조항이 있습니다. 주주가 주주간 계약에서 규정한 주주의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일정액을 다른 주주에게 배상하게 하는 조항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사항 이외에도 각 주주의 회사에 대한 역할을 규정하거나 회사의 임원으로 임명하는 것도 주주간 계약에 의해 가능하고, 각 스타트업의 상황과 업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주주간 계약서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각자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서로의 뜻을 합치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진짜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서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가 나오길 소망합니다.


MISSION 변호사 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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