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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건 May 04. 2022

I got lost


이번 겨울, "내가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 인턴으로 온 한 로스쿨생 때문이었는데, 


자신에게 성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세상을 떠날 때 그래도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는 평가를 듣는 것이라고 말하던 그 학생은, 자신의 안위를 뛰어 넘어 세상을 향해 품은 순수한 열정과 꿈이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었고, 한편으로 내 몸뚱아리 하나 안전하게 잘 살 것을 갈망하고 걱정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비춰주었다. 


7년 전 로스쿨생일 때, 나도 "검클빅에 집착하지 말자", "한국은 내게 너무 작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통로가 되겠다"는 포부를 감히 선포하고 다니던 것이 생각났다. 

* 검클빅: 검찰, 로클럭, 빅로펌을 약칭하는 일종의 은어로 로스쿨생들은 대부분 이를 갈망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성훈형을 만난 것도 그때 즈음이었다. 5년 차 변호사였던 형은 변호사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고, 변호사로서 꿀 수 있는 꿈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으며, 무엇보다 허무맹랑한 내 꿈을 진심으로 믿어준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형 때문에 로고스에 그토록 가고 싶었고, 전혀 망설임 없이 형을 따라 새로운 모험에 나설 수 있었으며, 그건 적어도 내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선배는 후배가 자신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다. 선배를 보면, 내가 어떤 미래를 걸을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시니어들의 모습이 내가 그리던 모습이 아니면, 주니어들은 당연히 적당히 일하면서 다른 길을 찾게 된다. 


어느 새 형만큼 연차가 쌓여버린 나의 모습이 어떤 후배들에게는 그들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내공이 부족한 선배로 보이는 건 크게 상관없지만, 적어도 삶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와 꿈을 포기하는 부끄러운 모습만큼은 그 거울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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