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BPO에 취업해도 괜찮을까요?-(2)

"도피처가 될 수 있나요?"

by 대니정

"도망치고 싶어서요."


브런치를 시작하고부터 다양한 분들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다. 이곳 말레이시아로 취업을 생각하시는 대부분의 분들로부터 (표현은 제각기지만) 큰 틀에선 공통적인 답을 듣곤 한다.


그것은 바로, '한국 사회를 탈출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이에 해당된다).


"인생이 너무 지칩니다. 말레이시아가 저의 도피처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직접적으로 물으신다면, 내 경험과 관찰로 미루어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말레이시아 BPO에 오는 한국인들을 연령대로 구분해 보면 크게는 두 개의 그룹이 있다. 하나는 2030 청년층, 다른 하나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먼저 이번 글은 2030 청년들을 주제로 이야기해 보고 싶다.


2030 청년들이 이곳으로 오는 이유는 누구나 예상하듯 한국의 취업난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현재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그러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을 대놓고 힐난하는 문화가 일상적으로까지 스며들어 온 느낌이다. 청년들은 비속어를 섞어 '중소기업'이라는 단어를 격하시키는 네이밍 (Naming)에 익숙해졌고, 중소기업의 단점들을 부각하는 콩트가 콘텐츠로써 인기를 끌 정도로 인식이 좋지 못하다.


콘텐츠의 영향에 취약한 세대인 우리 청년들은 자연스레 '중소기업 취업=실패자'라는 프레임을 가지게 되면서, 어떻게든 바늘구멍을 뚫는 것만이 (중견 및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이)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식의 소위 '평균 올려치기'에 점철되어 버렸다.


그로 인해 메이저 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 스스로를 경쟁에서 도태된 낙오자라고 생각하는 '학습된 무기력'이 팽배하면서, 소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청년들의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1.JPG from 연합뉴스


나 역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중 한 명으로서 청년들이 느끼는 상실감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그러한 한국사회를 탈출하고 싶었기에 그 도피처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던 것인데, 지금 시점에서 누군가 내 선택에 대해서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잘한 선택이었다."라고 답해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해외취업이라고 했을 때 막연히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실제로 내가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평적 조직문화, 자유로운 의견 개진, 저녁이 있는 삶, 휴가 및 퇴근 시 눈치 안 보는 문화 등이다. 페이의 경우도 그렇게 높진 않지만, 우리나라 초임 수준 이상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현지의 낮은 물가를 고려하면 생활 수준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서로 비교하지 않는 문화'이다. 이곳 말레이시아의 사람들은 특정한 사회적 잣대를 만들어 서로를 판단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으로 여기면서, 삶의 기준을 스스로 결정한다.


나는 위와 같은 이점들을 경험하면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돼 찾았고, 처음 오기 전에 기대했던 수준보다 더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

아무6.JPG Cat from Urbanbrush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우리 청년들도 조금만 더 시야를 넓히고 세상을 바라봤으면 한다.


소셜 미디어의 세상이 정해주는 그 '왜곡된 평균'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려고 분투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기준을 스스로 정해 보는 것이다.


한 예로 나의 경우, '화려하진 않아도,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삶'이 기준이다.


나는 특별히 대단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커리어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돈은 그냥 남한테 손 벌리지 않을 정도만 벌면 되고, 커리어는 뭐랄까? 가늘고 길게 현상유지만 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나는 남들 다 겪는다는 취업난을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합격이 힘든 공직이나 전문직 준비를 했던 것도 아니고, 회사도 메이저가 아닌 그냥 고만고만한 곳들에 지원을 했어서 그런지 한 번에 다 합격했다. 지금 말레이시아에서 다니는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입사 당시에는 BPO라고 하니 단순한 중소 하청업체로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생각보다 큰 규모의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회사임을 알게 됐다. (체계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통상적인 회사의 법규와 절차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듯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혹은 낮추면) 세상에는 괜찮은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동남아 해외취업이라고 해서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거나 그런 것이 절대로 아니다. 혹 그런 식으로 판단하는 말들은 여유 있는 미소로 그냥 넘기면 된다.


즉 '도피처' 정도로만 생각했던 곳이 알고 보니, 꽤나 괜찮은 '안식처'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아무2.JPG Ghibli from Spotify


취업난에, 전례 없는 한파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국 혼란까지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추웠던 우리 청년들의 마음이 더 춥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하지만 비 온 뒤에 으레 땅이 굳어지듯,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큰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오히려 더 번영하고 강성해졌다.


그러므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 청년들이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나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한민국 청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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