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유쾌, 상쾌, 통쾌함이 빵빵 터진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부처님이 오신 불기 2561년(2017년) 오늘 하루는 못다 잔 잠을 푹 잔 것 같다. 그럼에도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던 바이오리듬이 어딜 가질 못하고 기껏해야 1시간 정도 더 잤다. 1시간 더 잤을 뿐인데 피로는 말끔히 사라졌다. 아니 어쩌면, 일하러 가질 않아도 된다는 일련의 마음가짐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닐까.
사실 오늘 하루 종일 빈둥거렸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과 누군가의 지시를, 부탁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느슨함이 너무나도 좋았다.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물론 나는 무교지만 말이다. 빈둥거리면서 누워있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오늘이 수요일이라는 점이다. 영화가 개봉하는 날이 수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은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을 것임이 저명한 사실이었다. 현재 상영하는 영화를 고려한다면 여기서 하나 터질 시에 관객을 쓸어 담을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는 나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듯이 개봉을 해버렸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는 기존의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연장하는 일련의 속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주인공 '스타로드'의 과거사가 해결되는 이야기를 가지는 영화인 셈이다. 언제나 그렇듯 기존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속편의 경우는 실망이 크게 자리하는 법칙 아닌 법칙을 가진다. 이를 보통 '징크스'라고 말하는데. 마블의 특징이 이런 징크스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확실히 그렇기도 그런 것이 마블 시네마틱의 경우 제목만 연장할 뿐, 내용은 부제를 따라가는 부분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내기 때문이다. 그렇듯이,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의 경우는 기존의 스타로드 이야기를 풀기 위해 이야기를 펼치지만, 내용과 구성, 각 장면에 따른 연출은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다. 오히려 전편보다 훨씬 '신나는' 느낌이 충만하다.
시작은 어떤 몬스터(이름 까먹음)를 때려잡으면서 시작하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과 작아진 그루트의 흥겨운 댄스는 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흥겨운 음악도 음악이지만, 신나고 절제된 동작으로 춤을 추며 돌아다니는 그루트가 매력적인 점이 크다. 여기서 그루트는 신나게 춤추며 돌아다니지만, 그 외의 친구들은 뒤에서 몬스터와 줄곧 싸우고 있는 부분은 웃음 포인트. 아마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는 시작부터 진짜 마블다운 '웃음'을 작정하고 모두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펼친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마블 시네마틱은 기존의 개연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기존의 내용이 전제된 상황에서 몇몇의 사건과 사고가 터져있는 상황에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각각의 장면을 펼쳐내는데,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의 경우는 새로운 장면을 풀어낸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야기를 연장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전작에서 언급된 '스타로드'의 출생비밀을 풀어내는 것이 이번 영화의 줄거리인데, 단순히 출생의 비밀을 풀어내는 이야기라면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이야기에는 없었던 새로운 떡밥을 영화 초반에 풀어 넣으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출생의 비밀을 풀어내겠다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아주 색다르게'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전체적인 러닝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아주 색다른' 느낌이 강하게 음악과 영상에서 비롯되는 '춤'을 각 시퀀스에 맞추어 강조한다. 첫 시작이 그루트의 보이는 쇼에 가까운 춤이었다면, 중간단계의 '춤'은 가모라와 스타로드의 '춤'이었다. 중간단계를 지나 막바지에 이르러 보면 욘두의 휘파람이 만든 가시의 살상 댄스가 자리한다. 음악으로 시작한 영화가 춤이라는 강한 그림을 그리면서 보는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흥겹고 리드미컬하게 잡는다. 아울러 단순히 음악과 춤이 자리하는 러닝타임이라면 쉽게 지칠 법도 하지만, 쉽게 지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마블 특유의 웃음코드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아마, 마블 시네마틱에서 가장 많이 웃었던 영화가 아닐까.
여담이지만, 극장에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이 있었다.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가 분명한데 아메리칸 조크가 꽤 수위가 높아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점에서 아이들과 보기에는 괜찮을까 하는 노파심이 자리한다.(웃기긴 진짜 드럽게 웃기다.)
기존의 영화의 제목을 따와도 새롭게 전개하는 마블 시네마틱이 아니랄까 봐 아주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 부분이 꽤 많았다. 소버린의 여사제 아이샤를 시작으로 고뇌하는 욘두, 스타카의 등장. 등의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1의 떡밥이 풀리고, 새로운 떡밥이 던져지기 시작했다. 이제 새로운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그릴 밑그림들을 곳곳에 그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이 놀라웠다.
실베스터 스텔론과 양자경의 등장은 정말이지 보는 순간 놀라웠다. 기존의 마블 시네마틱 소식을 접하지 않았던 이유도 한몫 하지만, 저 배우들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질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은 곧 새로운 영화의 전개를 그려낼 그림의 스케치가 잡혀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떡밥을 뿌리겠다는 일련의 장치가 된다.
할리우드에서 꽤 이름날리는 배우들의 등장은 마블 시네마틱이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을 연장하고, 기존의 어벤저스와의 연결을 어떻게 지을지 관객에게, 팬들에게 기대감을 증폭시킴과 더불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걸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블 영화는 내 나이가 언제쯤이 되어야 끝이 날까 하는 궁금증이 자리한다.
전체적인 총평은 '신난다', '재미난다' '더 게임 오브 데스' 가 아닐까. '끝내주는 음악 vol.2' 답게 끝내주는 음악과 신나는 춤으로 시작을 열었던 영화답게 이 영화는 유쾌하고 상쾌하며, 통쾌하게 끝까지 이어간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가지는 장점인 말장난(언어유희)이 쉴 새 없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각각의 시퀀스가 군더기 없이 자리한다. 신나는 음악과 춤이 자리하면서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에 따라, 다음 편이 정말 기다려지는 작품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 이후 오랜만에 나온 것 같다.(사실 MCU의 경우 몇몇의 작품을 제외하면 의리로 보는 편) 히어로들의 활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영화기에 오히려 더 정겹고 신나게 본 영화가 아닐까.
한 편으로는 마블 영화라는 느낌보다 디즈니 영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초반부에서 툴툴거리면서 다투는 장면을 시작으로 마지막에 서로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 어쩐지 디즈니의 전개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느낌이 확신이 되었을 때가 '욘두의 부성애'가 하늘을 찌를 때와, 스타로드가 욘두를 보내는 그 마지막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음에도 다른 곳에서 소중함을 찾으려는"라는 말을 할 때. 나는 마블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디즈니 영화를 본 느낌을 받았다.
화끈하고 신나는 액션과 음악이 자리하면서 파워게임으로 범벅된 모습을 보여준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 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때 아닌 '사랑'을 논하는 것을 보면 투닥투닥 싸우다가 사랑한다고 화해하는 디즈니의 느낌이 짙다. 그래서 그런지 실컷 재밌게 보다가, 급 외로워지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여태 나온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코믹한 영화라 사료된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가 말하던 그런 말장난을 뛰어 넘어서 영화 자체가 유쾌하고 상쾌하며 통쾌하게 빵빵 터진다. 다음 속편이 기대가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