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재의 영화 추천 best. 7
다사다난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 2016년이 지나 벌써 5월이 다가왔다. 헌정사상 이례 없는 '탄핵'과 '장미 대선'이 결국 펼쳐지면서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확인했다. 촛불은 민주주의의 힘을 확인시켜주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가치를 지켰다는 것과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기득권의 힘에 저항해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둔다.
그렇기에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는 무엇보다 의미가 큰 선거가 될 것이라 여긴다. 정치, 경제, 사회, 인간적, 도덕적, 윤리적 등으로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 시점. 우리의 상황에 어울리는 영화가 함께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일곱 가지의 영화를 간단하게 추천하고자 한다.
남북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의 평등과 자유의 본질을 이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갈등하며 '보이지 않는 벽'을 뚫으려 끈질기게 나아간다. 이 영화의 마지막인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나오기까지 진행되는 시퀀스에는 링컨의 전설 된 신화는 자리하지 않는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각각의 정치적 요소와 이 곳에서 비롯되는 정치의 더러운 단면들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모습의 링컨이 자리한다. 국가와, 국민과, 정치의 세 가지 요소가 만들어내는 올바른 민주주의를 찾을 수 있는 영화.
무릇 신념이란 정치를 알지 못할 때. 확고하고 굳세며 올곧기 마련이다. 그러나, 더러운 정치 바닥에 들어설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그 더러운 곳에서 깨끗한 그 사실로 살아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숙적인 상대에게 맞서려면 괴물이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지는 영화.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버려가며 괴물이 되어야 하는 곳이 정치판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깨끗한 곳을 만들기 위해 더러운 곳에 뛰어들었지만, 결국은 더러워진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각성의 영화.
나의 한 표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이런 문장과 슬로건 혹은 메시지는 너무나도 익히, 너무나도 많이 들었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한 힘은 국민이 가지는 주권의 힘. 즉, 주권의 힘의 원천인 투표권이다. 우리가 가지는 가장 귀찮고, 하찮고, 별 볼일 없는 그 무언의 하나의 투표권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거대한 힘으로 자리하는 것을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담아냈다. 자칫 거부감이 느껴지는 일련의 시퀀스에서 행동에 따른 자세와 이념에 대한 사고를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극 중 '케빈 코스트너'를 보고 답답하다면 그대는 이미 훌륭한 민주시민이 아닐까.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의 자세, 리더의 자세는 무엇을 갖추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에 있어서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힘 있게 풀어낸다. 훌륭한 지도자, 리더의 방향 제시는 아랫사람을 시작으로 위쪽으로 향하는 방향성을 제일 우선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직적인 하향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적인 모순을 비판하면서 국가공직자들의 부패와 폐단에 대한 모순을 꼬집는다. 올바른 정치란 엘리트들을 위한, 원하는 정치가 아닌 백성, 국민이 걱정이 없게끔 하는 정치를 말한다. 기존의 왕권, 왕정중심의 중앙 정치사 시각에서 탈피한 민중사의 시각과 소리에 집중한 영화.
지금은 사라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영화. 첩보(스파이) 단체인 킹스맨의 일원이자 귀족의 겔러해드인 '해리'는 평민이면서 자신을 살려준 이의 아들인 '에그시'에게 킹스맨의 규율을 어기며 킹스맨의 가치를 전달하면서. 보다 진정한 평등을 위한 일은 공평한 기회에서부터 시작됨을 알려준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평등과 권리, 의무의 무한한 힘은 엘리트들이 가지는 특권적인 조건이 아니라 공평한 기회의 균등에서 실현됨을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강조한다.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해지는 순간은 어제의 자신보다 발전한 자신의 모습에서 특별해지는 것"이라는 명대사는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무릇 국가란 '빅브라더'가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해야 하는 아주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며 간결한 메시지를 브이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쉴 틈 없이 퍼붓는다. 이 자극적인 메시지는 마치 '빅브라더'를 향해서 국민을 대변하여 브이가 메시지를 던지는 듯 하지만, 사실은 브이의 행위를 보는 이들인 국민을 향한다. 정치인들의 부패와 그들의 타락된 권력을 만들어내는 기반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방관의 태도' 불의에 타협한 스스로 만든 '침묵'이다. 국가의 그릇된 부패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국민의 움직임과 태동을 바라는 브이의 혁명의 울림은 '선전'과 '선동'이 담긴 이야기가 아닌 '성찰'을 바라고 있다.
국가기관의 보이지 않는 힘이야 말로 어디서 비롯되는지 명백히 알 수 있는 영화. 엘리트들의 밥그릇 싸움 속에서 그 밥그릇은 그들이 직접 챙기며 으스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손에서 비롯됨을 알려주는 영화. 엘리트들이 잘 나고, 잘 나가며, 잘 살지만. 그들의 권력은 결국 그들의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명시하며, 현실을 풍자하고 비틀어버리는 영화. 이 영화의 마지막은 거대 권력의 종말이 아니라, 우리가 왜 투표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를 되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