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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기억

by 조경래 기술사

우연히 얻어걸린 서양화가 박성열 화백의 작품인데..
5백 년은 묵었음직한 느티나무에 비하여 코카스패니얼 노견의 존재감이 전혀 쫄리지 않는다.


그림의 스러져가는 고목의 언밸런스를 늙은 코카가 하얀 점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사실 이런 그림은 실사처럼 보이지만, 사진에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색감과 텍스쳐는 화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재능이라 하겠다.


현상이 아닌 오래전 과거의 모습을 끌어낸듯하여, 그 아련한 마음이 어쩔 줄을 몰라서 불을 끄고 독한 위스키 한잔이라도 삼켜야 할 것 같은 그림이다.


원근에 흐려져 버린 코카의 이목구비에, 나와 일면식 인연이 없었던 강아지에 무언가 해주지 못한 빚이 있는 것처럼 미안한 생각 드는 것이 내 전생의 일이었을까?


내일 아침에는 비가 오더래도 강아지들과 산에 다녀와야겠다

박성열 화가의 고목.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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