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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인생공식> 양순자

by 정강민

내가 사형수들 만나고 다니잖아. 그러면서 깨닫게 된 건데, 모든 사람이 전부 다 사형수라는 거야. 사형수란 게 집행 날짜가 정해진 게 아니거든. 언제 죽을지 몰라. 우리도 그렇잖아. 오늘 죽을 수도 있고 내일 죽을 수도 있지. 교통사고니 무슨 폭발이니 해가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죽어가고 있어? 그런데 다 남의 일이야. 무사태평이야. 영원히 살 것처럼. 사형수들은 안 그래. 그들은 매 순간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죽음을 의식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이게 감옥 안의 사형수와 감옥 밖의 사형수가 다른 점이야.

나는 감옥 밖의 사람인데, 오랜 세월을 사형수들하고 가까이 지내다 보니까 그들의 삶을 뼛속 깊이 이해하게 되어 버렸어. 어느 날 갑자기 '쿵'하고 깨달은 게 아니라 안개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한 10년 지났을까, 내 머릿속에 이런 말이 박혀있더라고.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그러니 내 사전에 내일은 없다.

바로 지금이 언제나 전부다.


이게 참 요상한데, 꼭 무슨 주문처럼 내 마음과 행동에 미련이나 욕심, 그러니까 집착이 줄어드는 거야. 그러고는 내게는 오늘, 아니 지금 이 순간뿐이다, 나중에 후회할 일은 어떤 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 후회할 일이 많으면 죽는 순간 얼마나 죽음을 탓하고 원망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따라오는 거야. 거기다가 보너스로 주변을 항상 정리하는 습관까지 생기더라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지저분하게 해 놓고 죽으면 보기 안 좋잖아.

- <인생공식> 양순자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저자의 말이 가슴에 깊이 들어온다.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말도 공감이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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