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연애를 시작할 때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강렬한 육체적 감정에 '에로스(eros)'라는 단어를 배치했다. 이 성적인 강렬함은 거의 예외 없이 차츰 사그라진다. 그런데 그것이 꼭 사랑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님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진화할 수 있고, 그들은 이 사랑을 '필리아(philia)'라는 단어로 절묘하게 포착했다. 보통 '우애'로 번역되지만 그리스어에서 필리아는 훨씬 더 따스하고 충실하고 뭉클한 어떤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필리아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리는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의 에로스에서 벗어나는 대신 필리아를 관계, 특히 부부 관계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필리아는 실현 가능한 유대의 의미에 중요한 뉘앙스를 더해 사랑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오래된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으로 명명할 수 없어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단어가 깨우쳐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으로 시작해서 부부관계가 오래되면 '정'으로 산다는 말은 공공연히 한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진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