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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든, 비참하게든..... 우린 해 낸다.

by 정강민

토요일 아침,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저녁에는 책쓰기 줌 강의 1주차가 예정되어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강의안을 점검한 뒤, 줌에 접속하려는 순간—

‘어!!!’


화면이 멈췄다. 낯설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끔씩 이 녀석은 뜻밖의 반란을 일으키곤 했다.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강제 종료를 시도했다. 보통이라면 몇 초 후 다시 살아나야 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었다.


컴퓨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몇 번이고 전원 버튼을 눌러봤지만, 묵묵부답.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삼성전자서비스센터를 검색했다. ‘토요일에 문을 열까? 닫았으면 어쩌지?’ 간절한 마음으로 확인하니 다행히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책가방을 움켜쥐고 집으로 달려갔다. 급히 차를 몰아 서비스센터로 향했다. 노트북을 품에 꼭 안은 채 기다리다 드디어 내 번호가 불렸다. 직원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노트북을 분해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메인보드가 나갔습니다. 수리 비용이 60만 원 이상 나올 겁니다. 그리고 오늘 중으로는 수리가 어렵습니다.”


한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60만 원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오늘 저녁 강의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직원은 덧붙였다. “컴퓨터가 꽤 오래돼서요. 새로 구입하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절망이 몰려왔다.


다행히 2주 전에 강의 자료를 백업해 둔 상태였다. 급히 지인에게 연락해 노트북을 빌렸다. 문제는, 낯선 컴퓨터에서 모든 환경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줌, 카톡, 각종 프로그램들… 매일 쓰던 것들이었지만, 낯선 환경에서 하나하나 설정하려니 초보자가 된 기분이었다. 원래 내 컴퓨터에서는 5초면 해결될 일이, 빌린 노트북에서는 20분이 걸렸다. 어떤 작업은 아예 포기해야 했다.


‘왜 하필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답답함과 짜증이 올랐지만, 그럴수록 손은 더 굼떠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온갖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숨 가쁘게 진행된 1시간 반. 강의가 끝나는 순간, 온몸이 무너지는 듯한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흘렀다. 오늘에서야 이 일을 글로 남긴다.


그날은 또 다른 시험의 날이었다. 이처럼 삶이란 늘 예기치 않은 위기가 찾아오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흐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하루를 살아낸다. 그 과정에서 짜증과 절망도 있지만 어떻게 되었던 우리는 또 해낸다. 멋지게든, 비참하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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