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무마다 빨강, 주황, 금빛이 어우러져 숲길 전체를 물들였다. 바람에 바스락거리며 나뭇잎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낙엽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J와 ‘빛’은 나란히 숲길을 걸었다. 가을의 냄새, 낙엽의 냄새, 바람에 섞인 흙냄새가 깊이 스며들었다.
“빛,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우리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줄곧 교육을 받는데....... 정작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안 가르쳐주는 것 같아.”
빛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햇살이 스며드는 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그래. 인간이 만든 교육은 방향보단 기술에 집중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기보단, 어떻게 잘 사는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지.”
J가 나뭇가지를 피해 고개를 숙이며 지나갔다.
“유치원에서 글씨를 배우고,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중고등학교에선 입시 준비를 해. 대학에 가선 전공을 정하고, 취업을 준비하지. 근데 이 모든 게 어디로 향하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빛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교육은 에고의 욕망을 기초로 설계됐거든. 성공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남들보다 앞서가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교육제도를 만든 거야. 반면 내 안에 깊숙한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는 ‘진아’ 또는 ‘참나’라고 부르는 존재는 방향을 원하지. 어디로 가는가. 왜 가야 하는가. 그런 질문에 답하는 건 인간의 교육이 아니라......., 존재의 교육이야.”
J는 가만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를 바라봤다. 그 잎은 마치 마지막 인사를 하듯 천천히 땅으로 떨어졌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도 학교라고 했잖아?”
빛이 웃었다.
“그렇지. 이건 신이 아주 오래전에 만든 학교야. 모든 영혼이 다니고 있는 영성 학교. 유치원부터 졸업까지는 끝이 없고, 각자 다르게 배워. 지구라는 교실에서 물질을 배운 후엔 또 다른 차원의 교실로 이동하고........., 그렇게 성장은 계속돼.”
“근데 왜 사람들은 그걸 몰라? 왜 진짜 수업이 뭔지 모를까?”
빛은 떨어진 낙엽을 한 장 주워 손에 올려놓았다.
“왜냐면 참나보다 에고의 목소리가 더 크거든. 에고는 빨리 결과를 원하고, 눈에 보이는 보상을 찾지. 참나는 기다릴 줄 알고, 느끼는 걸 중요하게 여겨. 대부분은 에고가 시끄러우니까 거기에만 정신이 팔리는 거야.”
“그럼 영성 학교에서 배운다는 건, 어떤 의미야?”
“영성 학교에선 어디로 가는가를 먼저 묻고,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가르쳐. 거기선 천국, 불멸, 선의 실현, 존재의 목적 같은 것들이 교과목이야. 물질적 성공은 부차적이고, 자기 존재가 얼마나 조화롭게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가가 중요하지.”
“영성 학교에서는 공부 잘한다고 세련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만심을 갖거나 자신이 남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야.”
J가 잠시 침묵했다.
“근데 그럼, 졸업은 언제 하는 거야?”
빛은 조용히 말했다.
“영성 학교의 졸업은 단 하나의 기준이 있어. 사랑을 배운 순간.”
J는 한참을 멈춰 서서 낙엽이 쌓인 숲길을 바라봤다. 저마다 떨어진 시간도, 색도 다른 잎들이 조용히 땅을 덮고 있었다. 누가 먼저 떨어졌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아름답게, 각자의 시간에 자신을 내려놓았을 뿐.
“빛,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거네. 그걸 모르면, 그저 외운 걸 되풀이하는 기계일 뿐인 거네.”
빛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영원의 세상에서 태어난 작은 불꽃이야. 영원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너는 너만의 생명, 세상, 깨달음을 창조하게 될 거야. 그 여정이 바로 진짜 교육이고, 진짜 성장이지.”
바람이 불었다. 노란 은행잎이 한꺼번에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