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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원고 교정, 마지막 깔딱고개라 생각했는데....

탈고

by 정강민

4번째 원고 교정. PDF파일에 수정할 곳을 메모로 표시한다. 수정된 사항을 수정 전과 수정 후를 적는다. 그리고 A4에 페이지 순서대로 총 수정사항과 내용을 표시한다. 이메일을 쓰고 임시저장한다. 잠시 외출한다. 돌아와 낯선 기분으로 다시 수정된 곳을 읽는다. 조금 전 수정할 곳이라고 표시한 곳의 메모를 지우고, A4 수정사항에서도 뺀다. 수정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아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드디어 이메일 발송 버튼에 마우스를 갖다된다. 그리고 한번의 심호흡이 끝나는 동시에 버튼을 누른다. 네이버는 보내고 있다는 이모티곤을 보여준다. 잠시 뒤 '보낸 편지함'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노트북을 끄고 밖으로 나간다.


잠시 뒤, 갑자기 폰에 편집장의 이름이 뜬다. '잉, 뭐지? 잘못되었나?'

서문에 추가 사항을 요청한다. 400자 내외로. 갑자기 부탁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머리속은 다시 쓰는 모드로 전환된다. 400자가 넘어가면 페이지가 달라지기에 안 된다. 요청한 질문에 최대한 줄여서 썼는데도 대략 750자. '이것도 내 의사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인데 여기서 더 줄여야 하다니!' 이때부터 글자수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는'는 '난'으로, '그것이'는 '그건'으로. 이런 식으로 줄였지만 730자. 결국 내용을 바꾸어야했다. 건강을 생각해서 달달한 것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부라보콘 아이스크림을 입에 털어넣다시피 했다. 떨어진 당을 보충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다음날 아침까지, A4로 8줄 정도를 쓰기 위해 8시간 이상을 보냈다. 기어이 403자로 맞추었다. 그렇게 8시간의 전투는 끝났다. 좀 힘들었다.

이메일을 보네고 나니, 멍했다. 마취된 느낌이었다. 끝난 줄 알았는데 한 번 더 하면서 확실히 진이 더 빠졌다.

이 진빠진 홀가분함의 보상을 위해 영화를 볼까? 해서 유튜브를 켰지만, 앉아있는 게 고욕이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걸을까? 하며 나갔지만, 너무나 더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앉을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이번 원고는 일단 이렇게 끝났다.

최종 앞표지, 뒷표지, 띠지, 저자소개는 이렇게 나왔다.

앞표지 뒷표지 저자소개(최종).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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