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아침에 눈을 뜰 때 기분은 참 이상하다. 마치 숨바꼭질을 할 때, 어두컴컴한 벽장 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숨어 있다가 갑자기 데코짱이 문을 확 열고,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찾았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순간처럼 말이다. 눈부시고, 이상하게 어색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옷깃을 여미고 살짝 쑥스러워하면서 벽장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짜증스럽고 참을 수 없는 그런 기분이다.
- 다자이 오사무 <여학생>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며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들키기를 기다리면서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 발견되는 순간의 당혹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그 미묘한 떨림.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특별하다고 알아차릴 수 있는 감성, 그리고 스쳐 지나갈 법한 순간을 붙잡아 기억하고 메모하여 언어로 옮기는 능력. 그것이 바로 작가의 감각일 것이다.
독자들이 이미 느꼈으나 잊고 지냈던 감정,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 느꼈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감성을 조용히 깨워 주는 것. 그런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 곧 예술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