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에 불과하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도 결국 고통의 종류만 바뀌는 것뿐이다. 괴로움은 결핍, 가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걱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난한 고통을 물리친다고 해도 고통은 곧 수천 개의 다른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쇼펜하우어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얼굴을 바꿔 돌아온다.
경제적 결핍이 사라지면 이번에는 어떤 노력으로도 메울 수 없는 권태가 인간을 덮친다. 하나의 고통을 극복했다는 사실은 해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다음 고통으로 넘어갔다는 신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태도는 고통을 제거하려는 맹목적인 투쟁이 아니라, 고통이 찾아왔을 때 ‘아, 또 왔구나!’ 하고 또렷이 인식하는 일이다. 도망치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 바로 그 인식의 순간에서 우리는 비로소 현재를 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