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연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by 정강민

"사실 저는 연기를 하고 있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저는 촉망받는 젊은 변호사이자 사랑에 빠진 연인이자 버릇 나쁜 아이 역할을 연기했지요. 하지만 당신을 안 이후 제가 연기한 그 모든 역할은 당신을 위해서였어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폴은 웃으며 대답한다. "사랑에 대한 상당히 좋은 정의군요."

잠시 어색해져서 침묵했고, 시몽이 다시 말한다.

"저는 열정적인 연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로제를 사랑해요."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몽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연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고백 앞에서 폴이 웃으며 “사랑에 대한 꽤 훌륭한 정의군요”라고 답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달콤함과 잔혹함이 동시에 흐른다.

“저는 열정적인 연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는 시몽의 마지막 말에 “나는 로제를 사랑해요”라는 폴의 대답은 그 모든 열정을 단번에 현실로 돌려놓는다. 이 짧은 대화 안에 사랑의 희망과 좌절이 동시에 담겨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사랑을 미화하지도, 냉소하지도 않는다. 다만 사랑이 인간을 얼마나 아름답고도 잔인하게 만드는지를, 이토록 맑고 유려한 문장으로 드러낸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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